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_30대, 딩크가 되다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
내 삶을 취사선택하는 딩크 라이프



글. 도란
정리. 이가람



30대, 딩크가 되다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6년째라는 것을 밝히면 사람들은 우리 뒤쪽에 서있는 아이가 없는지,

업힌 아이가 없는지 짧은 곁눈질로 살펴본다. 그리고 예상했던 ‘아이’가 없으면 조금 놀란 표정으로 질문한다.


“애는요?”
“아직 애는 없구나?”
“아이는 천천히 가지려나 봐요?”


어떤 질문에도 우리가 선택한 답은 없다. 우리의 아이는 아직 없는 것도, 천천히 오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남편은 딩크다. 미국의 베이비붐 시대에 생겨난 신조어인데 한국에서도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를

딩크족이라 부른다. 우리는 아이가 없고, 앞으로도 가질 계획이 없다.


아이를 낳지 않는 건 우리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가족계획은 오롯이 부부의 선택에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부부만의 선택으로 가족계획을 하기란 어렵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 부부는

‘특이한 부부’, ‘요즘 사람들’ 혹은 ‘이기적인 사람들’로까지 분류되곤 한다.

우리가 특이하다거나 요즘 사람이란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는 건 아니다.

인구 증가에 공헌하지 않았다 해서 이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2인 가구가 거리낌 없이 살기에는

다소 혹독한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딩크족으로 살게 됐는지, 살고 있는지 천천히 꺼내보려고 한다.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당연히 아이를 낳게 될 것이고, 어떻게든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른들 말에 따르면 ‘아이는 알아서 큰다’지 않던가? 기억하는 한 나 역시 어릴 적에 집에서 혼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당연함에 힘입어 나는 자녀 문제에 관한 별다른 고민 없이 결혼했다.
결혼 후 엄마와 대화를 하던 중 엄마에게 무심코 내 생각을 털어놓았을 때였다.


“엄마, 나처럼 회사 다니고 일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 어린이집 같은 데 맡기는 거야?”
“어린 자식은 남의 손에 맡기는 거 아니다. 네가 키워야지.”
“그럼 나 회사는?”
“그만둬야지.”
“그럼 내 일은?”
“애 낳으면 다 조금씩 포기하는 거야.”
“내가? 왜?”
“넌 어쩜 너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려고 하니?”


일어나지도 않은 가정을 풀어놓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아이는 낳은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을

전혀 모른 채 살아온 것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한다면 누군가 키워주는 게 아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찾기 쉽지 않고, 만약 가족이 아닌 전문 인력을 찾게 된다면 비용이 상당해지는 것이다.
이런 내 심정을 남편에게도 스스럼없이 말했고 같이 고민했다. 아이는 엄마만의 선택과 희생으로 자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고민의 무게도 누구 한 명의 의지와 의견에만 따르지 않고 부부가 똑같이 공유해야 한다.


우리는 결혼 2주년이 될 때까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자녀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고민은 최대한 많이 할수록 좋을 터였다. 나와 남편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상상하고,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부부는 물론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와 대화를 나눴고,

관련 사례나 서적까지 살펴보며 자녀 계획에 걸음을 뗐다.


※ 위 글은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글 전문은 책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도란

사회적 관계가 넝쿨처럼 얽힌 세상에서 자주적으로 살아가기란 몹시 어렵지만
삶의 중요한 선택만큼은 반드시 사수하고 싶었다. 회사 생활 대신 프리랜서 생활을 선택했고,
며느리와 자식의 도리에 얽매이는 삶을 밀어냈고, 아이를 낳는 대신 비출산을 선택했다.
어느덧 결혼 7년 차를 내다보는 지금은 아이 없는 부부가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을 수확하는 중이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귀리밥’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며,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반절의 주부〉로 은상을 수상했다. 에세이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을 썼다.

brunch.co.kr/@orbit





review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

Q & A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