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집_대자연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웜그레이테일

취향집
늘 곁에 두고 싶은 나의 브랜드



글, 사진. 룬아
정리. 이가람



Brand. 대자연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웜그레이테일


김한걸 작가와 이현아 디렉터의 일러스트레이션 브랜드. 대자연을 주제로 간결하고 볼드하게 그려 낸 것이 특징이며,
두 사람의 세련되고 유머러스함이 그림에 고스란히 묻어나 더욱 매력적이다. 망원동의 작업실을
쇼룸으로 오픈하면서 일러스트가 담긴 리빙 굿즈를 판매하며 소비자와 활발한 교류를 이어 가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한걸 + 아트 디렉터 이현아











원숭이가 만세를 하고 있다. 물개들은 가지런히 누웠고, 곰 세 마리가 뒹굴고 있다. 각 동물을 표현하는
몇 개의 선이나 점이 없었더라면 페인트 덩어리처럼 보일 수도 있을 그림들이다. 아이들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어른의 멋이 느껴지고, 따뜻하고 정감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시크함이 뚝뚝 떨어진다.



2년 동안이나 준비했다니, 그간 고민이 많았던 거겠죠?
김한걸) 2013년에 결혼하면서 현아 씨에게 회사 그만두고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2015년 가을에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오랫동안 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상투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10년이 넘도록 클라이언트 작업을 하면서 공허함을 느꼈어요.
일정은 항상 급하고, 열심히 해도 좋은 소리는 거의 듣지 못했고요. 피드백은 부정적일 때만 와요.
담당자는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좋다는 얘기를 할 수 없거든요.
일이 다시 들어오면 반응이 좋았다고 추측할 뿐이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이 있어서 제품 하나가 완성되어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나 봐요.
이현아) 물론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샘플을 오래 두고 봅니다. 컵 하나 출시하는 데
8개월이 걸렸어요. 패브릭도 그 정도에 걸쳐서 제작하고요. 늘 그런 식이에요. 저희가 다른 건 몰라도
완성도에 대한 생각은 일치하거든요. 제품 자체의 퀄리티는 절대 타협이 안 돼요. 그래서 웜그레이테일에는
별도의 시즌이 없어요. 일정을 맞출 수 없어서요.
김한걸) 처음에는 정말 고생했어요. 종이를 정하는 것만 6개월이나 걸렸어요.
이현아) 발색이 중요하니까요. 저희가 만족할 만큼 색을 표현해 줄 수 있는 종이를 찾아야 했거든요.



작업에 지치지 않을 것 같아 대자연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는 웜그레이테일. 처음에는 소비자가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도록 타임리스 디자인을 지향하는 건가 싶었다. 많은 창작자가 그러니까.
그래서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웬걸, 소비자가 아닌 작업자 입장에서 지겨워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주제를 찾은 거란다. 김한걸의 성격이 그려지는 대목이었다.



김한걸) 프리랜서로 오래 일했는데 어떤 소재나 스타일이든 금방 질렸어요.
자연과 동물은 늘 사람의 곁에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싫증 나지 않고, 브랜드를 만들기에도 호불호가
별로 없어요. 굉장히 독특한 것보다는 누구나 즐기고 좋아할 수 있는 걸 그려 보자 했습니다.



내가 과감하다고 느낀 그림은 〈스몰 앤 빅〉이었다. 진한 남색 물감을 두꺼운 붓으로
그린 것 같은 질감의 그림이다. 누가 봐도 토끼와 곰인데, 평소 알던 것과 달랐다. 친절하다고는
할 수 없는 표현 기법이라 마이너 감성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웜그레이테일의 그림을 집에 걸어 둔다면 이것이겠구나, 예감했다.









이현아) 저도 〈스몰 앤 빅〉을 보고 매력적인 동시에 마이너하다고 느꼈고, 소비자들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출시하자마자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소비자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김한걸) 눈, 코, 입이 없어서 과감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막상 그림을 그린 저는 어떤 면이 과감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현아 씨는 그 그림을 좋다고 하면서도 계속 출시를 미뤘어요. 〈스몰 앤 빅〉뿐만 아니라
〈도토리 라이프〉도 마찬가지였어요. 현아 씨가 왜 눈을 그리지 않냐고 해요. 눈에는 감정이 실리잖아요.
그런 여지를 배제하고 싶은 그림들이 있어요.



“스스로 특별하거나 차별화된다고 여겨 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요즘에는 그림 그릴 때 사용하는 툴도 비슷해서
그림 스타일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어요. 가끔 지인들이 제 작업을 카피한 것 같다고
다른 작가의 그림을 보여 주는데, 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천 명은 더 있다고 얘기해 줘요.
전 정말 평범하고, 제 그림을 그릴 뿐이에요.”



- 위 글은 『취향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글 전문과 인터뷰는 책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룬아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기고 글과 사진을 좋아해서 인터뷰를 업으로 삼았다.
문화와 예술을 이끌어 가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한 웹진 〈더콤마에이〉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세심히 담은 매거진을 기획 중이다. 쓴 책으로 『사적인 시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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