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길종상가' 대표 박길종

g: Special Feature

에디터. 유인경, 자료협조. 길종상가

 

‘길종상가’ 대표

박길종

 

‘한다 목공소, 밝다 조명, 판다 화랑, 간다 인력사무소, 살다 노인정, 있다 만물상, 걷다 사진관’ 등이 입점해 있는 종합상가 ‘길종상가’의 대표. 길종상가는 온라인상으로 존재하는 가상 종합상가로 실제로는 이태원 주택가 1층에 위치한 길종상가에서 박길종 대표가 (지금은 서너 명의 친구들과 함께) 모든 일을 처리한다. 서양화를 전공한 박길종은 미술을 하는 소위 ‘작가’로서의 삶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다 목공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현재는 조명, 가구 등 뭐든 만들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 길종상가는 박길종 대표가 ‘살아오면서 배우고 느끼고 겪어온 모든 것들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2010년 12월에 설립했다고 한다.

bellroad.1px.kr

 

 

 

 

작가나 아티스트라는 말을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길종상가 대표가 적당한 것 같다.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가구를 만들고 조명을 만드는지 궁금하다. 전문지식을 요하는 일이 아닌가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길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에 목공 DIY 아카데미라는 곳을 찾게 됐다. 잡다한 일을 할 사람을 구하기에 재미있겠다 싶어서 찾아갔다가 일하게 됐다. 거기서 1년 정도 일을 하면서 여러 일들을 배웠다. 목공일부터 갖가지 막일들을 했다. 가구를 만드는 곳인데도 몇 개월 동안 가구 만드는 걸 못 봤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심부름 같은 걸 하다가 가구를 만들기 시작해서야 어깨 너머로 배우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렇게 조금씩 하게 됐다.

 

목공에 대해, 따로 전문적으로 배운 게 있나

없다.

 

아르바이트를 오래했다고 해서 이런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원래 손재주가 있나 보다

손재주도 중요하겠지만 응용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일을 배운 곳은 뭔가 디테일한 가구를 만드는 곳이 아니고, DIY 목공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DIY가 우습다는 게 아니라, 보통 DIY 하면 일정한 수준까지만 배우게 된다.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취미 생활로 돈을 내고 수강하면서 딱 거기까지만 배우는 거다, 더 이상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더 가르쳐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문적으로 하려고 배우는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나도 거기서 배워서 DIY 정도 기술만 배웠지만, 각자가 어떻게 응용을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미술계 쪽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교 3, 4학년 때까지만 해도 ‘나는 꼭 작가가 되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여러 아르바이트도 하고, 어떤 작가의 어시스턴트 생활도 하면서 ‘미술 작가가 되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실생활을 많이 보게 됐다. 우리는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과 작가의 멀쩡한 모습만 보지 않나. 그런데 속속들이 보면 이게 쉽지만은 않고 뭔가 멋있어만 보이는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 뒤에서의 어떤 거래라든가 대외 관계라든가 갤러리 소속작가가 되어야 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상당히 힘들지 않나. 물론 미술계의 시스템이 여러 가지가 있긴 하지만. 그런걸 보고 과연 내가 하려 했던 게 이런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는데 너무 재미없어 보였다. 재미있자고 작가 생활을 하려는 건데, 과연 이게 재미있는 건가 싶고 이걸 왜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종상가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 든 생각은, ‘마음대로 사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부럽기도 하고 멋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신에겐 어쨌든 이것도 엄연한 현실 아닌가. 어떠한 로망과 현실성을 가지고 길종상가를 꾸리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제대로 본 것 같다. 정말 맘대로 살고 있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들도 그렇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아까 미술계에서 재미없는 생활들을 봤다고 했지 않나. 그보다 더 재미없어 보이는 건 대기업 같은 곳에 다니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 일이 재미있고 즐거운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뭔가 그걸 위해서, 취직을 위해서 대학교를 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시스템은.

토익 토플을 열심히 공부하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외국 여행을 다니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그런 걸 위한 것이 아니지 않나. 회사에 가기 위한 것이지 않나. 막상 외국인들과 만나면 대화도 잘 못한다. 그런 걸 왜 굳이 해야 하나 싶다. 재미도 없고 시간 낭비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하나도 못하고 놀러도 못 가고, 영화도 못 보고 그러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어떤 명예보다도 먹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옛날에는 오히려 더 각자의 일, 자영업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조선시대 때부터 다 어떻게 보면 자영업이지 않나. 농사를 짓든 뭘 하든 간에. 그런데 요새는 각자 자기가 뭘 하려고 하기보다는 취직하고 여기서 ‘돈 받고 말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여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길종상가를 보고서 다른 분들도 열심히 재미있게 일하면서 먹고 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나도 하면 되겠다’, 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그냥 쉽게, ‘어떻게든 하면 되겠구나’ 하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루돌프와 트리

크리스마스를 위해 손으로 하나씩 하나씩 만들었다. 하지만 사계절 모두 만날 수 있다.

 

 

Slowalk 사무실을 위한 책상

책상 상판에 쓰인 재료는 기존 slowalk 사무실에 있던 가구를 분해해서 나온 나무가 절반 이상 쓰였다. 다리는 접이식 철제 다리를 주문 제작하였다.

 

 

아니 ‘어떻게든 하면 되겠구나’라니… 당신의 입장에선 그렇지만 손재주가 아무나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잘하는 게 없으면 취직 밖에 할 게 없다. 이건 의외로 뭔가 ‘꿈’ 같은 생활인 것이다

음, 나도 길종상가를 온라인으로 열고 혼자서 1년을 운영하다가, 오프라인으로 연지는 두 세달 됐다. 오프라인을 하면서부터는 다른 분들과 같이 하고 있다. 세명 정도 되는데 그들과 계속 매주 매달 회의를 하면서 길종상가를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회의를 한다. 먹고 사는 얘기부터 경제적인, 그러니까 손님들을 어떻게 오게 해야 할까, 어떤 물건을 팔아야 할까,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할까. 내년엔 또 어떻게 우리가 변할까, 이런 문제들까지. 우리가 전문 경영인도 아니고 회사 생활을 제대로 해본 사람도 없고, 경영 마인드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떻게 보면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있고. 생각하는대로 운영이 되고 있나 지금은 생각한 것의 반 정도 되고 있는 거 같다.

 

길종상가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앞서 말했던 그런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다가 1년을 넘기면서 계속 이걸 해야 되는 걸까 고민이 됐다. 20대 후반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취직을 하는데 나는 취직은 하기 싫었고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는 것도 애매했다. 작가로 작업을 하는 것도 탐탁지 않았고, 그러다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이태원 주민일기』라는 책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중의 한 분이 미모사라는 홈페이지를 하나씩 주셨다. 그걸 받고서 어떻게 홈페이지를 꾸며볼까 고민하다가 보통 홈페이지를 만드는 방식과는 좀 다르게 할 순 없을까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 했었던 것들을 모두 아우르며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길종상가’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산하에 다양한 상점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남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 건가

음, 지나가는 말처럼 했는데, 조금 과장된 감도 있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생활 방식을 만들려는 생각이나 노력은 안 하고. 지금의 이런 생활 방식이나 회사 규칙이나 법이나 국가 체제나 이런 모든 시스템들은 다 사람들이 만든 거잖나. 그런 걸 다 우리 전 세대 분들이 만들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거기에 따르고 고쳐나가진 않고, 조금씩 고쳐나가긴 하지만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거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고. 그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보단 내가 생각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근데 나도 그걸 완전히 거스를 순 없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증도 내고, 길종상가의 시스템도 어쩌면 기존의 시스템을 활용한 건데, 활용하면서도 비껴 나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역삼각통

친구에게 줄 선물로 우체통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아 작업한 역삼각형의 우체통

 

 

변신 책장 겸 선반

문지문화원 사이에 있는 인문 서재를 위해 제작된 것이다. 평소에는 책장이지만 끈을 풀면 원래 용도인 탁구대로 쓸 수 있다.

 

 

(좌부터)사각사각, 창과 번개, 별이 되기 전

합판 종류나 집성목과 같이 본드 성분이 들어간 나무를 안 좋아하는 의뢰인의 취향으로, 어떤 재료를 사용할까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처리되지 않은 각재만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뒤에 있는 검은색 다각형은 박우혁 씨 작품이다.

 

 

책꽂이 겸 의자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바로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구조

 

 

* 본 기사의 전문은 <지콜론> 7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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