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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여행

: 사람이란 이정표를 따라 남미로 떠나다

 

 

Emanuel


                                                                                                                                                         글_김새움

 

“길을 잃는다는 건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사진 찍지 않는 사진작가

엠마뉴엘Emanuel과의 첫 만남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느 낯선 기차역에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그와 만나기로 한 역은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었다. 그곳까지는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는데, 분주한 마음에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플랫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엉뚱한 기차를 타고 만 것이다. 나는 숨을 두 번 크게 쉬고 앞자리에 앉은 청년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기차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죠?” 그는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이 어딘지 이야기해 주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탄 기차는 원래 목적지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엠마뉴엘에게 급하게 연락을 취해 약속장소를 바꿔 어느 작은 기차역에서 만나게 되었다.

“기차를 잘못 타서 이곳에 오게 되었어. 반가워 엠마뉴엘. 그리고 미안해.” 그러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길을 잃으면 언제나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게 되니까Perderse es conocer nuevos lugares.” 작은 키에 곱슬머리를 가진 엠마뉴엘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오래 있어서 좋을 장소는 아닌 것 같다며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둘이었던 그림자가 셋이 되자 우리는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이렇게 만난 우리 세 사람은 차를 타고 메르세데스Mercedes 지역 깊숙한 곳에 있는 엠마뉴엘의 할아버지 집으로 출발했다.

자동차 창문 밖에 줄지어 서 있던 건물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에 들판이 나타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그 단조로운 장면이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그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가는 경계를 눈으로 따라가면서, 누군가가 풀어놓은 실을 되감는 느낌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네 시간 정도 지났을까. 엠마뉴엘이 자동차를 급하게 멈춰 세웠다. 어딘가에서 나타난 육중한 산짐승들이 차 앞을 가로질러 벌써 저 멀리 있는 들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엠마뉴엘은 짐승들이 떠난 뒤 먼지만 뿌옇게 남은 그 자리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조금 뒤, 안개 같던 먼지가 가라앉자 우리의 눈앞에는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수많은 나무가 서 있고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움직이는 그곳은 누군가의 꿈속 같았다.



엠마뉴엘은 아르헨티나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공부하기 전까지 네 번이나 전공을 바꿨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작가가 되길 정말 잘했어. 내가 만약 네 번째 선택을 하지 않고 세 번째에서 멈추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앞으로 다섯 번째 선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건 조금 골치 아픈 일이겠지? 하하.” 나는 그런 엠마뉴엘을 보며 ‘이 친군 변덕이 참 심하군’하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찾아낸 점과 새로운 것을 겁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스튜디오를 개조한 엠마뉴엘의 집에는 검은 털을 가진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는데, 한밤중에 불도 켜지 않은 방에서 엠마뉴엘은 용케도 그 검은 몸을 찾아 껴안곤 했다. 그는 함께 사는 고양이를 ‘나의 공주님princesa’이라 부르며 소중하게 대했다. 그러나 검은 몸이 카메라 주변을 어슬렁거릴 때면 무섭게 쏘아보며 자신의 공주님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에게 카메라는 그의 고양이보다 더 중요한 듯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는 이 새로운 공간—할아버지의 집—에 들어온 후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사진기를 들지 않았다. ‘계속해서 변하는 하늘의 색과 빛, 동물들의 움직임, 나무들의 떨림이나 친구들의 행동에 관심이 없는 걸까.’ 그의 태도가 의아하면서도 이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담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나와 이구름은 밥 먹을 시간을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 먹고 싶은 것을 천장에 그려보는 중이었다. 오랫동안 먹지 못한 음식들이 몇 개 생각나 시무룩하게 있던 그때, 밖에서 엠마뉴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빨리 나와서 하늘 좀 봐.” 그의 말에 우리는 신발 신는 것도 포기하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하늘을 본 순간, 나는 세상의 종말 같은 것을 상상했다. 보석을 녹인 물이 유리병에서 쏟아지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것은 그때 본 하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하늘이 내는 빛을 사진으로 찍거나 글로 적어내는 것은 쓸모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그 앞에 배경처럼 서 있는 것이었다. 나와 이구름은 사라지는 빛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오랫동안 황홀해했다. 고개를 돌려 친구의 얼굴을 보면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그때, 엠마뉴엘이 우리의 뒷모습을 찍었다. 그가 며칠간 찍은 사진은 그 사진 한 장뿐이었다.


**글의 전문은 『사람 여행: 사람이란 이정표를 따라 남미로 떠나다』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글. 김새움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잠깐 동안 회사생활을 한 뒤, 오랫동안 꿈꾸던 남미를 여행했다. 질문하는 것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며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칠레에서 만난 지금의 남자친구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사진. 이구름

일본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회사에서 3년간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쓸데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으나 일에 치여 쓸데없는 생각조차 못 하게 되었다. 현재는 번역, 그래픽디자인, 컨설팅 일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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