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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반려식물_농부가 적성 (해외배송 가능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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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반려식물_농부가 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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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의 반려식물_농부가 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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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하면서 늘 하는 고민이 있다. 내(의사)가 의료를 이용하는 사람들(환자)의 삶에 어느 선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제닥에서 일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병원을 찾아온 그 시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에만 주력했었다. 병원을 오기 전에 그 사람들의 삶이 어땠는지, 치료가 끝나고 돌아갈 그들의 삶은 어떠한지 관심을 둘 여유도,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순한 ‘의사–환자’의 공적 관계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는 현실적인 관계까지 확장되어 있다 보니 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식물들을 돌보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마주하게 되었다. 가장 처음의 고민은 ‘잡초의 정의’에서 출발했다. 사람들과 함께 옥상에 씨앗을 심고 식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심은 적 없는 식물들이 함께 자라나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옥상이라는 야외 공간의 특성상, 어디에서든지 씨앗은 날아와서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이름 모를 씨앗이 너무나도 잘 자라난다. 처음엔 저 녀석들도 자리를 잡은 거니 함께 살도록 그냥 두자고 생각했지만, 내가 심은 싹들이 상대적으로 기운 없이 자라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결국, 쑥쑥 잘 자라고 있던 잡초들을 내가 돌보는 식물들의 생존을 위해서 뽑아 내었는데, 뽑고 나서 보니 뿌리, 줄기, 잎이 골고루 예쁘고 튼튼하게 자라 있어서 왠지 마음이 아팠다(뭐 잡초라고 해서 가시라도 삐죽삐죽 나고 못생기기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남아 있는 식물들의 성장 속도가 조금 빨라지는 것을 보면서, 뽑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었다. 당시에 친구들과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잡초란 ‘돌보기로 결심한 것 외의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잡초의 기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날 혼란에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벌레였다. 솔직히 구체적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진딧물이나 깍지벌레 같은 것은 특별한 고민 없이 손으로 잡았었는데, 어느 날 옥상에서 마주하게 된 매우 선명한 형태의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옥상에서 텃밭을 본격적으로 가꾼다고 사람들과 함께 가을 배추를 심고 매일 아침마다 물을 주었는데, 하루는 초록색의 통통하고 귀여운 배추흰나비 애벌레 한 마리가 옥상의 배추를 너무나 맛있게 먹어 치우고 있는 것이었다. 배추를 잘 키우기 위한 관점에서 봤을 때 그 녀석은 명확한 해충임에 틀림없었지만, 나는 차마 해맑게 배추 잎을 갉아먹으며, 비슷한 속도로 초록색 동그란 똥을 만들어 내고 있는 통통한 녀석을 죽일 수가 없었다. 한 발 양보해서 그냥 다른 곳으로 치워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심고 남은 모종 한 개를 작은 화분에 옮겨 심고, 애벌레가 살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이 녀석에게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배추가 있고, 번데기가 되어서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다른 배추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예쁜 나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애벌레는 그 화분에 없었고, 옥상을 다 뒤져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마 너무 눈에 잘 띄어서 새에게 잡아먹힌 모양이었다. 만일 원래 있던 자리에 내버려 두었더라면 더 잘 숨어서 새에게 잡아먹히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자연스럽지 못한 개입이 미안하고 속상했다.

어떤 녀석을 잡초라고 생각하고 뽑아 낼 것인지, 벌레가 잎을 갉아먹을 때 어느 정도 선에서 더 이상 못 먹게 막아야 하는지,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줄 때 어느 정도 규모까지 키울 것인지 등등의 고민을 마주하고 결론을 하나씩 내릴 때마다 내 나름의 기준들이 하나씩 늘어난다. 정답은 아니지만 그 기준에 따라 식물들을 돌보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반려동물이 같이 사는 사람을 닮는 것처럼, 반려식물에게서도 돌보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정혜진 일반의로, 동네 의원 ‘제너럴닥터’의 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제너럴닥터생활협동조합’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너럴닥터— 어느 이상한 동네병원 이야기』가 있다. 최근 병원의 옥상 텃밭을 중심으로 조합원들과 모여서 노는 ‘옥상연구회’를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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