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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효선의 반려식물_집 안에 우림을 만들려다 실패한 사람의 수기 (해외배송 가능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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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효선의 반려식물_집 안에 우림을 만들려다 실패한 사람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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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차효선. 내가 이끄는 밴드는 트램폴린. 사람들은 트램폴린을 ‘일렉트로팝’ , ‘신스팝’ 밴드라고 이야기한다. 통기타와 피아노 같은 어쿠스틱한 악기와 자연이 잘 어울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전력의 힘으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신시사이저와 일렉트로닉한 비트로 이루어진 트램폴린의 음악에서 자연을 떠올린다는 것을 알았다. 해변, 노을, 열대우림……. 사람들이 내 음악을 설명할 때 써준 단어들이다. 실제로 내 노래에는 ‘레인포레스트rainforest ’, ‘선셋sunset ’ 같은 단어들도 튀어나오고, 사랑하는 이를 알아 가는 경험을 지구의 심장부를 탐험하는 체험에 빗댄 가사도 있다. 열대우림 속에서 시간을 보내 본 적도 없고, 여름이면 땀띠로 고생하기 쉬워 동남아 여행도 힘에 부치는 나이지만, 나는 지구의 수많은 이들이 그러하듯이 자연을 사랑하고, 한때는 집 안을 우림처럼 가꾸고 그 안에서 살리라는 야심을 품었던 사람이다.

독립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을 때 내게는 사는 집이면서 스튜디오이기도 한 이 집을 꾸려 나가고 싶은 방향이 있었는데, 그 방향이란 게 ‘무생물과 생물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전력을 먹고 작동하고 전기의 기운을 강렬하게 뿜어내는 전자 기기란 족속들 사이에서 이 집에 균형이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식물과 전자악기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집, 그럴 듯해 보였다.

고백하자면, 이건 새삼스런 소망은 아니다. 나는 초등학교 반장이었던 시절, 실제로 교실을 그렇게 바꾸어 버린 적이 있다. 그때도 내가 꾸었던 꿈은 교실을 전혀 다른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왼쪽 벽 창문 전체를 나팔꽃 덩굴로 덮은 것도 모자라 교실 뒤쪽에 벽돌과 비닐로 거대한 어항 탱크를 만들어 물고기들을 잔뜩 풀어 놓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비현실적인 일들을 계획하고 맘대로 추진해 버리는 성격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급우들도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나를 위해 하는 일이고 남에게 해가 안 가니 천만다행이고 옛날보다 발전했지, 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그 야심을 위해 나는 매 봄마다 새로운 화분 식구들을 맞이했었고, 상수동서 살아온 지난 8년간 꽤 많은 식물들이 나를 거쳐 죽음에 이르렀다. 수시로 야옹이들이 쓰러뜨려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선인장을 시작으로, 해마다 봄이 되면 줄줄이 들여왔던 장미와 온갖 허브들—라벤더, 바질, 레몬그라스—이 들어선 작업실에서 허브 잎들을 손으로 만지며 손끝에 묻은 상쾌한 냄새에 우쭐했던 것도 잠시, 돌보는 정성이 부족한 주인의 무성의함에 그들은 한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흙 속으로 되돌아가는 운명을 맞았다.

집 안을 열대우림으로 만들겠다는 망상이 커졌을 무렵, 나는 근처의 꽃집을 뒤지고 다니면서 폴리셔스와 고무나무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은 집에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우림’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잎이 무성한 열대 나무들이었던 것이다. 천장에 닿을 듯한 폴리셔스를 거실 중앙에 두고 그 강렬한 향기 속에서 고양이 보리와 지호가 주위를 맴도는 가운데 십여 개의 불빛이 깜빡이는 내 강력한 신시사이저 주피터를 연주하는 상상만으로 나는 황홀해지는 것이었다. 아, 그런데 어쩌나, 내가 원하는 폴리셔스는 너무나 비쌌고 우리 집의 채광은 큰 묘목을 위해 충분치 않았다. 거기에다 일정이 바빠지면서 나의 무신경과 부주의까지 더해져 조금씩 줄어 가는 화분을 보며 나는 ‘거목’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잃었다. 결국 폴리셔스 녹음 짙은 우림 작업실은 실행 전에 바이바이, 나만의 판타지로 고이 남게 되었다.

 

-차효선, ‘집 안에 우림을 만들려다 실패한 사람의 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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