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Special Feature

에디터. 박선주

 

배병우

1950년 여수 출생. 1974년 홍익대 응용미술학과, 1978년 동 대학원 공예도안과를 졸업했다. 거의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며 고향을 닮은 자연을 카메라에 담다가 1984년부터 사진작가 배병우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소나무 작업에 매진해 왔다. 그는 ‘소나무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비단 소나무만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바다와 산과 오름 같은 자연, 그리고 창덕궁과 종묘 등 한국의 미에 주목해왔다. 국내는 물론 프랑스·일본·캐나다·미국·스페인·독일 등 국외에서 많은 전시를 열었고, 1981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작품집으로 『종묘』(1998), 『청산에 살어리랏다』(2005), 『Sacred Wood』(2008), 『창덕궁: 배병우 사진집』(2010), 『배병우 빛으로 그린 그림』(2010), 『배병우 대양을 향하여』(2012) 등이 있다. www.bbuart.com

 

“태양이 뜨는 동시에 아침이 시작되고 하루가 시작된다. 동이 튼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난 스무 살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항상 새벽녘에 촬영을 했다. 이른 아침에 숲을 향하는 것은, 해 뜨기 전 안개와 섞인 광선의 미묘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서다. 해 뜨기 전이나 해 질 즈음 광선의 섬세하고 미묘한 맛이 좋다. 그래서 늘 동트기 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다.” - 배병우 빛으로 그린 그림』(배병우 지음, 컬처북스) 중에서

 

사진을 독학하셨다고, 그러니까 학교의 교육을 통하지 않고 공부하셨다고 들었어요

전공을 안 한 거지 과목은 있었어요. 전공이 아닌 것은 자기가 알아서 하잖아요. 전공을 하더라도, 거기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하는 건 자신이 알아서 해야 되는 거지, 선생이 가르쳐주는 경우가 드물지요.

 

같은 맥락에서 지금의 선생님을 있게 한 것,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여쭈려고 했는데, 질문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죠

있게 한 것은 세월이지, 뭐. 총체적인 것이라 무엇 하나로 답할 수가 없어요.

 

미술평론가 치바 시게오는 선생님의 사진은 ‘사진으로서의 사진’이 아니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두 원으로 이루어진 다이어그램이 있다고 하면, 사진의 큰 역할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트예요. 개인적인 표현은 아트고, 공공의 표현은 커뮤니케이션, 즉 저널리즘인 거죠. 신문사나 잡지사가 한쪽 원에 해당될 테고, 예술가들은 그 옆의 원에, 그리고 이 두 가지가 공유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치바 시게오는 내 사진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말한 겁니다. 여기 내가 지금 만년필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로 기사를 쓰면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아트가 되는 거잖아요. 카메라라는 툴도 마찬가지이죠. 아주 쉬운 건데, 사람들이 혼동하곤 합니다.

 

이 도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인간이 발명한 도구들 중 카메라라고 하는 것은 르네상스, 16세기 전에 발명이 되었어요. 카메라가 발명됨으로써 말이나 글로 이루어졌던 언어적(verbal) 커뮤니케이션에서 시각적(visual) 커뮤니케이션으로, 소통 수단이 바뀌게 되었죠. 카메라로 보이는 영상을 어떻게 영구적인 이미지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인간의 그 다음 과제였죠. 발명의 순서대로, 사진의 아들이 영화고 영화의 아들이 텔레비전이에요. 사진이 없으면 그 뒤의 것들은 없는 거죠. 인간의 역사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구현시킨, 인류의 전달 수단을 바꾼 최초의 도구니 위대한 발명인 거죠. 얼마나 매력적이에요.

엑스레이 촬영 장치 같은 것들도 다 카메라죠.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이 ‘red’에서 ‘violet’까지 있으면 ‘red’ 위로는 ‘infra-red(적외선)’가, ‘violet’ 밑으로는 ‘ultra-violet(자외선)’, ‘X-ray(방사선)’가 있어요. 사진은 이들까지 다 찍을 수 있으니 인간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준 거죠. 나는 빛그림이고, 의학적으로 쓰이면 빛의학인 거죠, 이를테면. 또 군사적 목적으로, 하늘 위에서 적외선으로 찍으면 지형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어요. 구글 어스도 그렇고요. ‘Arial Photo’라고도 해요. 카메라라는 도구를 가지고 다 각자 용도에 맞는 도구로써 사용하는 거죠.

어느 게 더 위대하다는 건 없어요. 신문사 기자가 올림픽 경기의 한 장면을 멋지게 찍는 것도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이고, 또 동시에 그게 예술이 될 수도 있어요. 나는 예술이라고 찍었는데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과거에 패션 사진으로서 찍힌 사진들이 현재에는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이처럼 사진에는 굉장히 많은 장르와 어프로치가 있어요.

 

대상을 오랫동안 관찰하시고 방방곡곡 다니기도 하시는데요.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려 할 때도 스스로가 그 사진 안에 들어갈 것 같아요

필체라는 게 있잖아요. 다 똑같아요. 서예에 대해 얘기할 때, 글씨체와 글의 내용이 융합되었을 때 예술이 된다고 하잖아요. 똑같은 붓을 준다고 같은 서예가가 되는 게 아니고, 교과서 하나, 책 하나 주고 공부를 하게 해도 얼마나 차이가 많이 나요. 사진이라는 것은 위대한 발명이었고, 카메라는 그걸 구현하는 도구였고, 그 도구를 가지고 위대한 포토그래퍼들이 많이 나온 것이지요.

 

- 바다 시리즈

 

 

빛그림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는데, 빛이 선생님의 사진에서 중요한 요소이겠어요

빛이 없으면 사진을 못 찍어요. 빛이 없으면 차원도, 공간도 없어요. 깜깜한 밤만 계속되어봐요. 빛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없으면 모든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잖아요.

 

작품에 흑백이 많은 이유도 빛과 연관이 있나요

그건 아니에요. 내 작품 중에 주로 알려진 게 소나무 작품인데, 소나무는 중국, 한국 등 극동아시아에서 많이 다뤄진 소재예요. 소나무를 묘사할 때, 그 소재 자체가 컬러보다는 흑백이 더 맞아요. 내가 흑백 사진을 조금 더 많이 찍긴 하는데, 소나무 작품의 경우는 거의 다 흑백이기 때문에 내가 흑백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알려질 수도 있겠죠.

흑백이라는 건 모든 색이 총체적으로 다 존재하는 색이에요. 모든 색을 합치면 검정이 되고 빛의 색을 다 합하면 흰색이 되죠. 우리 옛그림에는 서양에 비해 흑백, 모노크롬이 많아요. 우리가 먹이라는 재료를 많이 썼잖아요. 그러니 극동아시아 사람들에게는 흑백이 더 친숙한 것이고, 더 많이 하게 된 것이죠.

 

선생님 또한 전통의 정신과 먹이 주는 감성과 연관성이 있으신 거군요

있는 거죠. 동양 사람이 스웨덴 아저씨의 사고를 가질 수는 없는 거잖아요. 스웨덴 유학을 했으면 또 모르겠지만요.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의 소양이라는 건 어렸을 때 받은 교육과 이 나라의 풍토에 영향을 받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좋은 사진은 어떻게 얻어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랜 관찰 또는 그 순간이 우연처럼 주어지는 요소도 있을 것 같아요

한 컷은 주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지속적으로는, 그건 여러 가지 노력의 산물이겠죠. 당연한 얘기겠지만, 서예가가 어느 날 한 장을 썼는데 그게 최고의 명작이 되었다는 그런 경우는 없어요. 수십 개, 수백 개 쓴 다음에 뭔가 하나가 나오는 거죠. 왕희지도 수없이 그려서 그 명성을 얻게 되었잖아요. 좋은 선생님들 만나서 배우고, 다시 좋은 글이 쓰여진 비석과 책들을 보면서 연습해가지고 자기 세계로 들어가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다 마찬가지예요.

 

오랜 세월 사진을 찍어오다 보면 게으르고 싶을 때도 있으셨겠어요

물론이죠. 나는 그냥 취미로 찍는 거예요, 놀면서.(웃음) 하여간 손은 놓으면 안 되는 거예요. 얼마나 열심히, 얼마나 다각도로 하느냐에 달렸죠. 운동선수는 트레이닝이 제일 중요하지만 예술은 단순히 ‘트레이닝(training)’만의 문제가 아니라 ‘트래블(travel)’이 있어요. 몸으로 하는 여행과 정신으로 하는 여행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죠.

 

 

 

- 소나무 시리즈

 

* 본 기사의 전문은 <지콜론> 9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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