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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자리 / 오창섭 (해외배송 가능상품)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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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자리 / 오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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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자리 / 오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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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자리

글. 오창섭

 

<America's Dream>(1996)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인 ‘Long Black Song’의 배경은 1938년 미국 알라바마의 한 시골 마을이다.

데니 글로버(Danny Glover)가 연기한 주인공 사이라스(Silas)는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가난한 흑인 농부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다. 어느 날 사이라스는 옥수수를 팔기 위해 읍내로 나간다. 옥수수를 팔고 받은 돈으로 그는 아내에게 줄 반지를 구입하려고 한다. 이것을 보고 있던 가게 주인이 말한다. “사이라스! 내가 보기에 자네 아내는 좀 더 유용한 것을 좋아할 것 같아. 저기 있는 빨래판 같은 거 말이야. 그녀에게 보석을 사주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야.” 이렇게 말하는 가게 주인은 인종 차별주의에 물든 백인이었다. 그의 말에 사이라스는 분노하며 다음과 같이 답한다. “사람은 때때로 필요한 것보다 원하는 것을 소유해야 합니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영화에서 가게 주인은 빨래판을 ‘필요한 것’의 사례로 이야기하였다. 빨래판은 빨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물이다. 우리가 옷을 입고 생활하는 이상 빨래라는 활동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그것을 도와주는 사물 역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필요한 것’은 이렇게 도구적 차원에서, 그리고 유용함과 관계에서 정의되는 것이다.

반면 ‘원하는 것’은 ‘필요한 것’과 다른 맥락에서 정의된다. 영화에서 반지는 ‘필요한 것’과 대비를 이루며 ‘원하는 것’을 대표하는 사물로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반지는 빨래를 도와주지 못한다. 설거지를 도와주지도 못하고, 궂은 날씨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반지와 같은 것을 원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도 필요의 맥락에서 충족되지 못한 것들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 공동체, 기억, 믿음 등과 같은 것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욕망하는 대상이 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원하는 것’으로 정의된다는 말이다. 영화에서 반지가 ‘원하는 것’의 목록에 포함되었던 것은 아내와 남편이라는 사회적 관계가 존재하고, 반지를 주고받는 것이 문화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고, 사랑을 확인받고자 하는 욕망이 그것을 ‘원하는 것’의 목록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내용은 보다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가게 주인은 반지를 구입하겠다는 사이라스에게 왜 빨래판과 같은 ‘필요한 것’을 구입하라고 했을까? 그리고 가게 주인의 말에 사이라스는 왜 분노했던 것일까? 우리는 가게 주인의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 사실은 고유의 자리를 지정하고 확인하는 명령어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그는 사이라스가 있어야 할 자리, 그의 가족이 있어야 할 자리를 인간적 삶이 있는 곳이 아니라 기계적 노동이 반복되는 자리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반지를 통해 사랑을 주고받으며 행복을 느끼는 자리가 아니라, 쪼그리고 앉아 빨래와 씨름하며 끊임없이 노동하는 자리 말이다. 가게 주인의 말은 또한 발화주체인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쪼그리고 앉아 빨래와 씨름하며 끊임없이 노동하는 자리가 아니라, 반지를 주고받으며 사랑과 행복을 느끼는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통보하는 것이다. 사이라스의 자리를 노동의 자리로 규정하고 있던 가게 주인에게 반지를 구입하려는 행동은 불편한 것이었다. 가게 주인에게 사이라스의 행동은 경계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려는 도전적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게 주인이 그런 말을 한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경계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가게 주인이라면 본래부터 있었던 것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더 나아가 뭐 그런 것을 묻느냐고,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본래부터 있었던 것도, 당연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분명 만들어진 것이다. 경계가 존재해야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해서 말이다. 경계를 만든 이들은 경계의 벽이 공고히 유지되기를 바라고, 그래서 언제나 “그곳이 너의 자리야. 그곳을 벗어나는 것은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라고 속삭인다.

경계를 만들고, 그 경계의 외부에 상대를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우월함과 이득을 확인받으려는 움직임은 더 이상 영화 속 가상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도 다양한 형태의 자리를 규정하는 경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자의 자리와 피지배자의 자리, 전문가의 자리와 아마추어의 자리,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자리 등등. 각각의 자리는 그 자리에서 취해야하는 태도와 행동들이 어떤 것인지, 그 자리에서 꾸어야 하는 꿈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규정한다.

오늘날 디자이너들은 어떤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을까? 그곳은 어떤 태도와 행위들을 요구하고, 어떤 꿈이 허용되는 자리일까? 그리고 어떤 태도와 행위가 금지되고, 어떤 꿈이 거부되는 자리일까? 나는 우리 디자이너들이 활동하는 곳이 다음과 같은 자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만들 매력적인 상품을 디자인하는 일이 디자이너의 고유하고 유일한 역할이라고 정의하는 자리, ‘시민’이나 ‘소통’과 같은 그럴듯한 수사로 사적인 의도를 가리면서 화려한 볼거리들을 연출해내는 것을 디자이너의,새로운 역할이라고 이야기하는 자리, 하루가 멀다 하고 밤을 새면서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그것을 감수하는 것을 디자이너의 당연한 미덕인 것처럼 규정하는 자리…

 

 

오창섭

오창섭은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내 곁의 키치(디자인과 키치 개정판)』,『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메타디자인을 찾아서』,『인공낙원을 거닐다』,『9가지 키워드로 읽는 디자인』,『제로에서 시작하라』등이 있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메타디자인연구실 (Meta Design Lab.)’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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