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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 / 오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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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 / 오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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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

글. 오창섭

 

일러스트. 이지영

 

연구년을 보내기 위해 잠시 미국에 머물 때의 일이다. 내가 방문한 대학의 행정실은 1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도착하고 얼마간 도착신고, 사용할 연구실 배정, 주차권 발급 등의 문제들 때문에 사무실에 자주 들락거렸다. 사무실의 직원들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사실 그곳 사람들은 누구든 만나면 대부분 손을 올리며 “Hi”, “Good Morning”, 혹은 “How are you?” 같은 인사를 했다. 그 말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가령 “How are you?”라고 한다고 해서 그 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진지하게 답하는 것은 실례가 될 뿐이다. “I am fine thank you”는 코믹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Good”, “Fine”이라고 하는 게 상책이다. 그곳에서의 인사 방식은 한국에서의 인사 방법과 달랐다. 때문에 쉽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인사를 할 때면 언제나 의식적으로 ‘이곳에서의 인사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떠올려야 했다. 두 달이 지나자 그곳에서의 인사법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건은 바로 그때 발생하였다. 어느 날 계단을 내려가는데 사무실을 나오던 행정실의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언제나처럼 손을 들고서 ‘Goood Morning professor OH’라고 인사를 건넸다. 나도 “Hi Ms. Kathleen”이라고 인사를 했다. 그녀처럼 한 손을 치켜 올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손만 치켜든 것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그때 나는 머리까지 동시에 숙이고 있었다.

나의 이상한 몸짓에 그는 잠시 당황하는 눈빛이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나는 왜 머리를 숙이며 손을 치켜드는 그 이상한 몸짓을 연출한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정신이 잠시 긴장을 푼 사이, 그 틈을 노치지 않았던 몸의 기억이 저지른 일일 것이다.

우리는 기억이 정신의 문제라고 흔히 믿는다. 하지만 몸도 무엇인가를 기억한다. 만일 몸이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 기억이 오로지 정신 작용만의 것이라고 한다면 일상에서 우리의 삶은 피곤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자판을 이용해 글을 쓸 때는 각각의 자음과 모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의식해야 하고, 운전을 할 때는 각각의 상황에 핸들을 어느 정도 돌려야 하는지를 의식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쓸 때에도,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할 때에도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일일이 의식하지 않는다. 몸이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우측보행제도가 시행되었다. 제도의 시행으로 수십 년 동안 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방향을 바꾸었고, ‘차들은 오른쪽 길, 사람들은 왼쪽 길’이라고 노래까지 부르며 학습했던 내용은 철지난 유물이 되어버렸다. 제도 시행이 발표될 당시 정부는 기존의 좌측통행방식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우측보행제도가 시행되면 엄청난 금액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장미 빛 전망도 잊지 않았다. 일제의 잔재라는 이야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그렇게 문제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측보행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좌측보행방식을 기억하고 있는 몸이 겪어야 할 어려움에 대한 언급과 그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몸의 기억을 억누르기 위해 언제나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삶의 피곤함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시행한지 2년여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를 오갈 때면 어딘지 어색하고 불편하다. 문서상으로는 긍정적 효과와 높은 만족도가 이야기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아마도 공간과 만나는 우리의 공간적 아비투스가 바뀌려면 더 많은 시간을 불편함과 싸워야 할 것이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이렇게 어렵고 위험한 것이다.

최근 디자인계에는 서비스디자인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공공디자인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처럼 서비스디자인 관련 협회가 만들어지고, 관련 컨퍼런스들과 사업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경험디자인의 맥락에서 주변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멋있는 목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윤창출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 아래서 그것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와 다른 맥락에서 서비스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의 대안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사실 공공디자인은 정치적 야심을 가진 디자인계의 인사들과 디자인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했던 정치인들로 인해 그 동력을 상실하였다. 그것이 가질 수 있었던 비평적 역량은 사사로운 이익의 수단으로만 이용되었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였다. 이제 공공디자인은 ‘전시성’, ‘토목사업’, ‘일방적’, ‘철지난’ 등과 같은 부정적 수식어들을 몰고 다닌다. 그렇게 공공디자인은 저무는 정치권력의 운명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비스디자인은 수년간의 공공디자인 실험이 실패한 원인을 하드웨어 중심적 접근에서 찾으면서, 비가시적인 서비스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사실 나는 두렵다. 공공기관들이 공공디자인에 열광할 때처럼 서비스디자인을 받아들인다고 난리를 피우지 않을까 두렵다. 돈과 권력을 쫓는 이들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디자인을 통해 바꾸어야 한다고 불필요한 사업들, 하지만 자신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만들어낼까 두렵다. 효율과 경제성을 이유로, 혹은 선진국이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몸의 기억들을 무시한 서비스디자인이 범람하면서 우리를 피곤하게 할까봐 두렵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杞憂)이기를 바랄뿐이다.

 

오창섭은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과 키치』,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메타디자인을 찾아서』, 『인공낙원을 거닐다』, 『9가지 키워드로 읽는 디자인』, 『제로에서 시작하라』 등이 있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메타디자인연구실(Meta Design Lab.)’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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