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or & Humanism

유머는 그냥 웃긴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이며 무기이기도 합니다. 한없이 가볍기도 또 너무나 무겁기도 한 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콜론>은 어떤 고정된 개념보다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관점으로 유머에 접근하였습니다.

먼저 우리를 웃게 하는 디자인, 유머러스한 디자인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창의적이고 상상력 가득한 작품을 접하며 속 시원하게 웃거나, 제품이나 가구, 공간에서의 예상치 못한 배려, 즉 섬세한 디자인을 통해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지콜론> 편집부와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꼽은 실용적이고 유쾌한 국내외 디자인들이니 어떤 코드로 접근하든 인상적일 것입니다. 순수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아름다운 그림책과 일상의 따스함이 묻어나는 사진, 개성 있는 퍼포먼스가 흥미로운 음악, 그리고 유쾌함 속에 깊이 있는 사유를 담은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도 정성껏 담았습니다. 끝으로 둥글둥글하고 무난하게 사는 게 ‘조으다’는 세상에서 네모나거나 세모난 가치관으로 세상을 흥미롭게 덜컹대도록 만드는, 그야말로 예술적인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지콜론>이 준비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좀 더 재미있게 사는 비법, 삶의 기술에 대한 힌트를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Humorous Design 2

유머는 상실감을 회복시키고 위트는 외로움과 초라함을 잊게 한다. 누군가를 즐겁게 하기 위함은 인간을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유머러스한 디자인은 어떤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꽤나 실용적이고, 유쾌하다. 유머와 위트라는 키워드로 디자인 된 ‘디자인’은 그래서 좋은 디자인이다. 지콜론 기자들과 디자이너들이 꼽은 유머러스한 디자인을 소개한다. 선정은 각자의 관점에서, 공통의 키워드는 휴머니즘.

기획,진행.지콜론 편집부

에디터. 유인경

Heat Horse _ Gina Reimann

www.designsby.me.uk

Gina Reimann _ 이 프로젝트의 배경은 이러하다. 학생 때 나는 드라이어 보다 라디에이터에 옷을 더 자주 말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라디에이터가 언제나 옷을 말리기에 편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받은, 창의적인 라디에이터를 만들게 된 것이다.

에디터 _ 낯설게하기.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것, 늘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것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때 그것은 일상적인 동시에 낯선 것이 된다. 우리는 그런 작지만 창의적인 변화에서 놀라움과 함께 유쾌함을 느낀다. 바지 말리기를 위해 태어난 라디에이터를 보라.

LEGO AD <Build It.>_ AccessAgency

www.access-agency.net

Access Agency _ LEGO는 재미와 창의성에 더해, 창조물의 강력한 상징이 되는 브랜드이다. 우리는 이러한 LEGO의 ‘Street Level’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거대한 레고 조각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려는 구상을 했다. 또한 절대 예상할 수 없었던 환경이나 상황에 배치해 보는 이들에게 충격적인 인상을 심어주려 했다. 이 이미지들을 처음 보고 누군가에게 얘기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에디터 _ 레고는 분명 매력적인 장난감이다. 놀랍게도 그것은 아름다운 건축물, 작품으로 창조될 수도 있다. 세상에 레고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늘어날수록 우리(적어도 나의)삶은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이들의 작업은 놀랍고도 이상적이다.

민정씨 _ www.minjoungc.kr

Skyview(디자인 _ 변민정, 신수정)

변민정 _ 갑갑한 도시에서 잠시나마 하늘을 바라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콘셉트의 돗자리이다. 4가지 시리즈로 제작되었지만 시중에는 ‘커플’만 판매되고 있다.

에디터 _ 형태는 행위를 유발한다고 한다. 커플 돗자리는 앉는 것이 아니라 눕는 행위를 유발하고,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의 주인을 기다린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문구를 떠올리면 이 돗자리는 꽤 이상적인 행복을 유발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Playing the tea(디자인 _ 변민정)

변민정 _ 차를 우려내는 행위에 즐거움을 더하여 여유와 웃음을 선물한다.

에디터 _ 차를 마시는 행위가 음악적으로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이런 디자인의 티백이라면, 음악처럼 직접적으로, 또한 형이상학적으로 차를 고르고 우려내고 마시는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소은명 _ www.designartist.co.kr

A hidden dimension part 1, 2 / 2008

소은명 _ 복작복작한 살림살이, 장난감은 바닥에 누워있고 어느 한 곳, 공기가 다른 주파수를 찾아 나는 작은 책을 들고 숨겨진 차원의 계단을 오른다. 스토리가 있는 이 디자인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 숨겨진 차원을 찾아내는 이야기이다.

에디터 _ 어지럽혀진 방 바닥을 피해 키가 낮은 책장이나 책 더미에 앉아 책을 보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다. 경험이 들어있는 디자인은 언제나 공감을 자아내고 그러한 자신만의 경험이나 상상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는 이들에게 아련한 웃음을 준다. 기발하고 포근하다.

Relation‘Sheep’ / 2010

소은명 _ 집안에 부드러운 분위기가 넘치고 웃음이 넘쳐도 둘 사이에는 대화가 없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소파에 나란히 앉아 두 사람은 벽을 바라보고, 침대엔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상대방은 자는지 듣는지 고개를 돌려 눈을 바라보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다. 이제 대화를 유도하고 관계를 좋게 하는 relation‘sheep’ 위에 마주보고 앉아보자. 긴장된 마음은 폭신하고 따뜻한 양털 위에서 풀어지고 서로의 눈을 마주대하고 있으니 대화가 절로 흐르게 된다. 대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좋게 하는 핵심적 요소이다. 고마운 양두 마리.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음으로써 대화를 유도하고 관계를 좋게 하는 스툴이다.

에디터 _ Relation‘Sheep’이라는 기발한 제목에서 이미 디자이너의 센스와 작품의 의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