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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디자이너

글. 오창섭

 

얼마 전 잡지를 만드는 편집자 한 분을 만날 일이 있었다. 문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이 만든 잡지를 꺼내 놓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내 눈에 그 잡지는 그렇게 이상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해 보이지도 않았다. 무덤덤한 나의 반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맺힌 것이 많아서였을까? 갑자기 그는 잡지를 만들면서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들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그의 토로 대부분은 기획 의도와 잡지 꼭지들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에 모아졌다.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10여년의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가 어떻게 잡지의 방향과 기획 의도를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그렇게 디자인하는지 모르겠어요.” “회의 할 때는 내용을 이해한 것 같은 표정이었데, 정작 가지고 온 디자인 결과물을 보면 전혀 엉뚱한 것들이었어요.” “그게 반복되었습니다.” 디자이너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이 가득한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었다. 한편으로 ‘잘 하는 디자이너들도 많은데, 왜 하필 그 디자이너와 일을 해서 이 난리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디자이너가 디자인해 온 것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어요.” “기획 의도와 무관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그냥 디자인하는 거예요.” “그 디자이너가 왜 그렇게 했는지 의도를 좀 알고 싶었어요.” “그래야 의견을 조정을 하고, 방향도 수정할 수 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아무리 물어도 디자이너는 자신이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말하지 않아요.” “그러다가 기껏 한다는 말이 뭔지 아세요?” 순간 나는 속으로 바랐다. ‘설마 그 말이었을까? 그 말만은 아니었기를…’ 하지만 나의 바람은 허사로 돌아갔다. 편집자와 디자이너 사이를 갈라놓았던 그 말, 이야기를 듣던 내가 아니길 희망했던 그 말은 “느낌이 좋아서…, 예쁘지 않아요?”였다.

“느낌이 좋아서…, 예쁘지 않아요?”는 명시적으로 ‘나는 이 디자인이 예쁘고 좋아서 이렇게 디자인했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말을 하는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취향을 드러내는 말인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소통을 하려는 이에게 난감함을 불러일으킨다. 그 난감함은 ‘나는 좋다고 보는데,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라는 내포적 의미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말을 하는 ‘나’와 듣는 ‘너’가 모두 동등한 관계의 디자이너라면 문제는 없다. 문제는 말을 하는 ‘나’는 디자이너인데, 듣는 ‘너’가 디자이너가 아닌 경우에 발생한다. 이 경우 ‘전문가인 내가 좋다고 판단했는데, 비전문가인 네가 왜 그 이유를 묻지?’로 그 의미는 다시 한 번 도약한다. 이 지점에서 그 말은 더 이상 소통을 위한 언어이기를 멈추고, 디자인을 둘러싼 사회적 환상에 기댄 비이성적인 폭력이 되어버린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이가 “느낌이 좋아서…, 예쁘지 않아요?”라는 디자이너의 말에 거부감을 대놓고 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게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 그리고 그 환상이 만들어내는 권위와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권위와 대적하는 것은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무지와 무식이 드러나고, 그로 인한 상대의 비웃음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디자인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무너져 버린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가 있겠지…’라고 자위하면서 소통을 포기하는 것이다.

“느낌이 좋아서…, 예쁘지 않아요?”는 일체의 의심이나 의문을 언급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소통을 차단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자신의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이 표현에 기대는 디자이너들이 많다는 사실은 디자이너들이 사회와의 소통에 관심이 없거나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오로지 환상의 막을 통해 사회와 마주하려 한다. 이는 그 막이 그들의 모자람과 무지를 가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와 소통의 언어를 발전시키기보다 환상의 막을 그럴듯한 모습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그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외모를 기이하게 꾸미기도 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하며, 알 수 없는 말들을 산만하게 쏟아내기도 한다.

“느낌이 좋아서…, 예쁘지 않아요?”라는 말 역시 환상의 막을 견고히 하고, 그 뒤에 숨으려는 디자이너들의 의도가 반영된 표현이다. 소통을 거부하는 디자이너들은 종종 “디자인을 말로 하냐?”라는 표현으로 담론 활동을 비하한다. 이 말에는 이론과 실기, 디자인 담론과 디자인 행위가 명확히 구분된다는 가정이 자리한다. 이러한 가정에 기대어 그들은 전자를 이론가의 역할로, 후자를 디자이너의 일로 규정짓고, 소위 ‘아트 워크’이라 불리는 것에 매달리려 한다. “느낌 좋아, 예뻐…”를 조용히 반복하면서 말이다.

디자인과 담론이 별개라는 이 믿음이 오늘날 디자이너들을 말없는 벙어리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하지만 이론과 실기를 구분하고, 실기만을 디자이너의 일로 받아들이는 디자이너들이 넘쳐난다면, 그리고 담론 없이도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그들이 믿고 있다면 이는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담론은 세상과 삶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일정한 사고 과정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따라서 담론에 대한 무관심은 세상과 삶에 대한 무관심, 더 나아가 사고하지 않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하지 못함, 그것은 결국 사고하지 않음의 결과가 아닌가?

 

 

오창섭

오창섭은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과 키치』,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메타디자인을 찾아서』, 『인공낙원을 거닐다』, 『9가지 키워드로 읽는 디자인』, 『제로에서 시작하라』 등이 있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메타디자인연구실(Meta Design Lab.)’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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