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가요계를 정리하는 단어는 단연코 ‘아이돌’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무서운 아이들’은 대중문화 전반을 쥐락펴락하며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콜론>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제는 ‘아이돌 앨범 재킷 리디자인’이다. 7명의 젊은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학도의 디자인 속에는 ‘팬심’과 애증이 교차한다. 에디터 이상현, 김태욱

소녀시대 Gee - 김기조 그래픽디자이너, 붕가붕가레코드 초기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어딘가 미심쩍은, 콘셉트의 엇박자가 느껴졌다. 하지만 활동을 거듭하면서 나날이 세련되어지고 있는 소녀시대다. '소녀'와 '시대'의 존재감이 분명한 두 단어의 결합이 인상적이지만, 정작 앨범 디자인에서는 한글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은 채, 영문 타이틀(Girl's Generation)이 들어간다는 점이 아쉬웠기에 작업 시간의 대부분은 레터링에 소비하였다. 기존 앨범 대부분이 고감도의 멤버사진을 나열식으로 드러낸 것인데, 건조한 이미지를 감추듯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f(x) NU 예삐오(NU ABO) - 최은솔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타이틀곡 <NU 예삐오>는 새롭다는 뜻의 영어 ‘NEW’와 비슷한 발음의 ‘NU’에 혈액형을 가리키는 ‘ABO’를 합성해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 신조어다. 강한 자기세계와 독특한 관점, 성격, 취향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새 혈액형의 출현에 빗대어 표현했다. 4차원세계에 사는 엉뚱한 소녀들의 이야기로 “꿍디, 꿍디”, “맘에 들어 손 번쩍 들기” 등 이해할 수 없는 가사들이 주를 이룬다. 마치 그들만의 암호로 이야기하는 듯한 가사 속에서 '모스 부호'를 떠올리게 되었다. '모스 부호'를 모티브로 단점(dot)과 장점(dash)를 조합하여 귀여운 행성을 만들었다. 타이틀이 모스부호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이틀을 쉽게 알아챌 수 없다. 이러한 점이 <NU 예삐오>의 콘셉트를 극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