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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Special Feature______ Essay

 

경계선을 지운 로드맵

글. 반이정

 

사망일로 정확히 20일이 지난 지구촌 서가엔 세계 동시 출간된 고인의 전기가 깔렸고, 예약판매와 함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투고에 참고할 관련 서적을 찾던 중, 그가 숨을 거둔 10월 한 달 공식 전기를 빼고 고유명사 스티브 잡스를 제호로 택해 추모돌풍에 묻어가려고 급조된 서적이 국내에서만 무려 10권 가량 풀린 걸 알았다. 11월 발행분까지 합하면 20권도 넘는다. 어록과 생애를 간추린 요약본이 대세였고, 더러 그의 얼굴 프로필을 표지로 쓴 명상집+DVD 세트까지 시판 중이었다. 지난 이력만 추적해도 금세 보통 수준을 넘는 인물에게 세속 영웅의 가면을 덧씌워 추도 행렬의 틈바구니에서 재미 보려는 속물이 득실댔다.

‘넓고 시원한 화면 크기(Giant Screen)’. 2007년 첫 선을 뵌 아이폰의 변별력을 설명하는 기조연설에서 잡스가 강세를 얹은 구절이다. 기존 경쟁사들이 본체마다 번거롭게 붙인 자판형 버튼을 모조리 없애,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한 거다. 저 구절에 운집한 청중은 환호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애플이 사용자 중심 플랫폼을 개척한 건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성공적으로 승계해서 컴퓨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데서 이미 시작되었다. 승부수를 ‘보여주기’로 일관한 포석이다. 스마트폰 생태계에 내놓은 대형 화면 전략은 시각정보 판독이 전업인 나의 시선도 끈다. ‘아이팟, 전화기, 인터넷’을 일체화시킨 아이폰의 대형 화면은 볼거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정신을 상품미학으로 접수한 결과다. 제도권 예술의 생태계에서도 사활을 결정짓는 건 볼거리 제공일 때가 많다. 광대한 시각정보 생태계에서 열세인 예술을 제치고, 통신 산업과 정보 산업을 결합한 애플이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는 건 자연선택에 가깝다. ‘시원한 화면’이 그것을가능하게 한다. 애플은 예술과 유비적이다. 애플(제품과 철학)이 재현도구를 표방하는 건 (시각)예술과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그 외에도 플의 또 다른 기능이 예술 본연의 역할과 닮았으니, 오늘날 예술이 전을 면치 못하는 ‘소통’이 그것이다. 애플의 주력 상품, 아이폰 아이맥 아이패드는 모두 의사소통의 매개이자 첨단 재현도구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철학은 동시대 예술의 최전선의 경향들을 고루 갖췄다. 경계 허물기도 그 중 하나. 최고 학력 취득을 고속 승진과 연결시키는 사회화의 정답은 스티브 잡스의 대학중퇴 학력과 충돌한다. 단독자의 독점력을 신뢰하는 항간의 영웅 신화도 공개적으로 무너뜨린다. 2007년 1월 아이폰 시연 무대 위에 선 건 애플 CEO 스티브 잡스만이 아니다. 협력업체 3곳(구글, 야후, 싱귤러)의 대표가 연달아 올라왔는데, 애플 제품의 다기능(무선통신, 인터넷)이 독자 기술보다 협업 체계의 공조 덕분이라는 사실을 공개 시인한 장면이었다. 예술도 아티스트 단독자의 천재성에 기대던 시대는 소싯적 종결했다. 오늘날 동시대 미술의 최선단은 영화인지 연극인지 음악 공연인지 분간할 수 없는 다원예술이 한 지분을 차지한지 오래다. 스토리텔링의 구사에 미술은 낡은 도구다. 하물며 정보통신업계의 스토리텔링도 오늘날 소비자 수준에 어울리려면 공조체제를 유지해야할 것이다. 애플은 2007년 사명을 기존의 애플 컴퓨터(Apple Computer, Inc.)에서 애플(Apple Inc.)로 변경한다. 컴퓨터로 제약된 재현의 상상력의 한계를 푼 것이다(정보 보안업체로 재정비하기 위해, 2000년까지 쓰던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를 버리고 ‘안철수 연구소’라고 개명한 경우와 같다). 외길을 걷는 장인의 미덕은 숭고할진몰라도, 시대정신 구현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감각 재현과 소통의 매개를 내세운 애플이 예술과 대등한 것처럼, 애플의 또 다른 예술적 면모는 시연회에서 재현된다. 스티브 잡스의 기조연설은 예술 재현의 절차와 닮았다. 맥월드 엑스포 기조연설은 단순한 신제품 소개행사의 전형을 벗어난다. 탄탄히 짜인 각본에 맞춰 시종일관 신상품을 스토리텔링의 흐름 위에 얹는다. 무대 위에서 자유 복장의 연기자(스티브 잡스)와 뒤로 펼쳐진 초대형 스크린, 성능 시연의 연기, 그 모두를 관람하는 청중이 하나의 패키지가 된다. 마치 무대(전시장), 작품, 제작자 그리고 청중(관객)이 하나의 묶음을 이루는 고전적 예술의 구성요소와 다를 게 없다. 규모와 영향력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첨단기술과 협업이 성취한 애플의 발명품은, 향상된 기능에 한정되지 않는다. 예술적 상징 효과를 함께 배가한다. 어원을 함께하는 예술과 기술은 언제나 상보관계에 있었다. 1951년 컬럼비아 대학 강연에서 문명비평가 루이스 멈퍼드는 기능 우월주의에 치우쳐 인간성이 고갈된 세태를 경고하면서, 예술(상징)과 기술(기능)이 결합된 사례로 건축을 지목하고, 기능성을 앞세운 르 꼬르뷔제보다 상징성이 숨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을 지지한다. 멈퍼드가 살던 20세기 중반 예술과 기술의 결합체로, 건축이 고정불변의 ‘진지’였다면 21세기에 어울리는 상징과 기능의 결합체는 첨단기술에 상상력을 결합시킨 것일 테고, 아울러 이동 가능한 ‘진지’여야 할 것이다. 정보의 기능성과 재현 체계의 상징성을 갖춘 건 기성예술보다 IT제품에서 구현될 공산이 높다. infotainment(정보와 즐거움)의 매개체로서. 그런 점에서 단순 이동통신기기의 기능성에 덧붙여 장식 최소주의의 경제적 외관, GUI 기반의 이용자 중심 인터페이스를 구축한 애플은, 단지 이용도구로 독립하는 게 아닌,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병행하며 존재감을 확인한다. 애플 충성 고객이 자신을 애플공동체의 일원으로 느끼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상품 구매자가 해당 회사 대표를 존경한 예는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곧잘 대기업 회장에게 쏟아지는 경영학도의 경외심이기 마련이어서, 동종 업종 최고수를 향한 것이기 쉬웠다. 도요타, 소니, 코카콜라의 대표들이 그런 대접을 받고 자서전도 출간되곤 했다. 국내 굴지 재벌의 처지도 비슷한데, 더욱이 유교적 군신 문화의 잔재까지 가세한 인상이 더해진다. 하지만 그들과 애플 전직 CEO에게 쏟아지는 열광은 존경의 패러다임이 다르다. 관련 업종 종사자, 애플 사용자뿐 아니라, 미사용자까지 주저 없이 스티브 잡스를 경외한다. 그건 애플 제품이 기능과 미학 상의 우월성을 넘어, 본질적으로 동시대 정신과 맞물린 도구여서다. 사용자(인간)와 도구(기계) 간 일체감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일 때보다 의사소통과 감각재현을 담당하는, 즉 오감을 연장하는 도구일 때 증진될 게다. 루이스 멈퍼드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을 추앙하며 한 말, “질서와 조직을 찾는 인간적 요구의 산물인 기계 자체를 인간성에 재적응시킨” 것을 오늘날 찾는다면, 애플의 제품이기 쉽다. 더욱이 제왕적 결재권자로서의 회사 대표가 아닌, 평 개발자로 시작한 입지전적 이력이 오마주의 깊이를 더해준다.

스티브 잡스의 맥월드 기조연설엔 ‘절정의 순간’이 포석으로 숨어있다. 연설 말미에 ‘하나 더 one more thing’의 여운이 그것이다. 임시 CEO(interim CEO)직을 떼고 정식 CEO 복귀를 선포한 것도, 2000년 기조연설 말미의 ‘하나 더’를 통해서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관한 글 말미에 필자도 하나 덧붙이면, 필자는 애플 제품 미사용자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앞 번호 016을 여전히 쓰는 구폰 사용자다. 아이맥? 써본 일 없다. 아이패드? 보고 만져본 적은 있으되 사용하고 소유한 바 없다. 전형적인 어깨너머 관전자다. 그렇지만 애플과 스티브잡스에 관해 말 할 자격은 있다고 직감한다. 그와 그의 제품이 동시대 정신의 흐름 위에 놓여있다는 앞선 주장 때문인데, 나도 당대인으로 그 흐름에서 기조연설, 제품 스펙, 최소주의 디자인, 어깨너머 제품 사용 관찰 등을 통해 탄성 어린 공감의 유대에 동참할 수 있어서다. 기술(기능)이 예술(상징)과 결합되면 이런 미경험자의 공감도 파생되나 보다.

ps. Think Different.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1997년 애플 광고 슬로건이다. ‘간략주의’를 관철시켜 문법 오류를 무릅쓴 감행이 돋보인다(옳게 고치면 Think Differently로 써야 함). 닫힌 문법적 경계를 접고, 짧게 다듬은 슬로건을 온전히 읽는 이라면 차이의 사유가 만든 공감대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 만일 지금 안정적 경계선 외곽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면, 우연히도 새 기회의 발판에 올라섰다고 확신해도 괜찮을 거 같다.

 

 

 

반이정

미술평론가 dogsty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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