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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⑭ 선입견을 허하라 / 김선미 (해외배송 가능상품)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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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⑭ 선입견을 허하라 /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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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⑭ 선입견을 허하라 /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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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⑭

선입견을 허하라

굳이 삶 전반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선입견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저 단 하루만 살펴봐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오늘은 편집디자이너 면접심사를 하는 날. 1차 서류에서 합격한 몇 명이 각각 다른 시간대에 면접을 보러 오기로 했다. 포트폴리오와 주변의 평가를 첫 번째 단서 삼아 그들과 대면한다. 통계에 따르면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단 3초.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전이므로 첫인상에는 얼굴 생김새, 태도, 눈빛, 옷차림, 행동 등 시각, 후각 등 감각적인 단서들이 주로 작용하게 된다. 이때부터 슬슬 선입견 모드에 초록색 불이 들어온다. ‘왼손으로 찻잔을 드는 것을 보니 왼손잡이거나 양손잡이인가 보군. 음, 고집이 조금 세겠는데(참고로 난 양손잡이다)’, ‘말할 때 왜 저렇게 시선이 산만하지? 뭔가 솔직하지 못한 말을 하고 있나?’ ‘포트폴리오는 간결하고 분명했는데, 옷차림을 보니 막상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네’ 등등. 이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도 수많은 단서들을 포착해 정보를 인식화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선입견은 수많은 가능성을 사전에 재단해버리는 악덕이라 하지 않았던가. 돌이켜보면 ‘선입견’을 두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배들은 ‘선입견을 버려야 더 넓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으며, 다양한 장르의 책 속에서는 하나같이 ‘선입견은 진실을 왜곡하는 잘못된 기제’라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때문에 나는 일상 속에서 ‘선입견’이 주는 폐쇄성을 경계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내 인식이 임의대로 결정을 내려버리기 전에 마음을 비우고 진정성에 주목하자.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선입견에서 빠져 나와 대상을 바라보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생각은 갈 곳을 잃어버리고 만다. 진정성 있는 판단과, 선입견을 통한 인식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입견’은 깨지고 나서야 그것이 선입견이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그전까지 선입견은 ‘내 경험, 또는 지식을 통한 가치판단’이 되어 확신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이 확신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선입견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것에 성공하지 못했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선입견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습득한 정보나 관습 등을 통해 인식이 고정된 경우이며, 또 다른 하나는 몇 번의 경험치를 통해 대상을 평가, 판단한 후 그 견해를 단정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실제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의로 견해를 차용해 버린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앞서 말했듯 선입견이라는 것은 내 경험의 총체로서 도출한 ‘확신’으로 쉽게 치환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자기확신이 강한 타입의 인간형일수록 훨씬 더 완고하고 다양한 선입견에 휩싸여 있었던 것 같다(자기고백과 같은 문장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선입견이 모순되는 순간을 만나지만 않는다면 섣부르다고 손가락질 받던 ‘선입견’은 금세 ‘통찰력’이라는 새로운 혜안으로 거듭난다는 점이다.

내 경험을 통한 가치 판단은 모든 이해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선입견은 세상을, 현상을, 관계를 해석하는 시작점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뭔가 머릿속이 복잡해 선입견에 대한 정의를 찾아봤다. 선입견은 선입관이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로 정의되어 있었다.

정의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떡여지지만 역시나 밑줄 친 부분에 대한 해석에는 의문이 남는다.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강력한 근간으로 삼아 어떠한 인식, 견해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사고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어서가 아닐까? 그러던 중 지인(그의 직업은 디자이너다)에게 선입견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선입견을 꼭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까? 그것을 ‘1차적 인식’이라고 정의한다면, 자신의 선입견이 사회 구성원들의 선입견과 연결될 경우 오히려 소통이나 공감의 도구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사실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그 선입견이 오히려 중요한 코드가 되기도 하지. ‘빨간색’을 무기력한 느낌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처럼. 물론 그것이 전형성이나 고정관념으로 비난 받기도 하지만 그 선입견을 다른 선입견으로 깨는 과정들 안에서 또 다른 가능성이 시작되는 거 아닐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선입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내 혼란을 거두어줄 귀인을 만났다. 현대 철학자 중 한 사람이자 철학적 해석학의 창시자인 한스-게오르크 가다머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그는 객관주의 관점을 비판하면서 개인의 선입견이 오히려 세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선입견이란 이해하는 사람, 즉 해석자에게 축적된 모든 정신적 자산 일체(관습, 지식, 경험 등을 통해 생성된)를 뜻하며, 이러한 선입견이 ‘현재의 견해’로 작용하면서 이해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이 정신적 자산이 없는 한 그 어떤 이해과정도 작동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 선입견에 의해 이루어진 이해의 과정들은 인식의 근본적인 지평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의 주목할 또 다른 점은 바로 선입견, 즉 대상을 보는 현재의 관점을 ‘열린 구조’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가다머는 선입견이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방되어 있고 변화한다고 말한다. 원래의 선입견과 새롭게 대두되는 선입견들이 중첩되고 부딪치면서 또 다른 선입견들이 생성되는 것인데 그 선입견의 마지막이 현재의 선입견, 즉 지금의 견해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현시점에서의 최종 인식일 뿐 다양한 계기를 통해 이러한 ‘일면성’은 수정되고 진화하는 여지를 가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뻔한 말일지 몰라도 선입견이라는, 경계해야 하는 가치를 정신적 자산으로 해석하고 열린 구조를 통해 이에 대한 오류를 방지하는 가다머의 해석은 내 의문을 풀어주는 실마리가 되어주었다.

선입견은 그 자체가 부정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선입견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 ‘닫힌 구조’로 인해 위험해지는 것이었다.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자책감 대신 모든 인식의 꼬리표에 5%의 여지를 두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해볼 작정이다. 아닐 수도 있다, 다를 수도 있다, 그렇게 열린 구조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해서 생기는 인식의 틈새들은 더 많은 가능성을 품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선입견에 대한 지금까지의 내 견해, 내 현재의 선입견이다. 그러니 이제 내 삶에 선입견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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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현대기아 매거진 편집장이며 디자인읽기, 말하기에서 활동 중이다. 디자인 관련 저서로 단행본 『친절한 뉴욕』, 『친절한 북유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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