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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페다고지의 디자인 산책 ⑥ 취향의 업그레이드-오성급 도서관 / 정혜원 (해외배송 가능상품)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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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페다고지의 디자인 산책 ⑥ 취향의 업그레이드-오성급 도서관 /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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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페다고지의 디자인 산책 ⑥ 취향의 업그레이드-오성급 도서관 /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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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페다고지의 디자인 산책 ⑥

취향의 업그레이드-오성급 도서관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건강하게 자란 화초, 정돈된 테이블 세팅, 갤러리처럼 전시된 작품들, 한국의 오성급 호텔에 가면 최상의 취향을 향한 공간 연출을 읽게 된다. 그 가운데 서울 장충동에 있는 신라 호텔의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 호텔의 ‘살롱 드 떼-Salon de Thé’, 그리고 시청 앞 플라자 호텔의 ‘더 라운지-The Lounge’에서는 ‘수많은 책의 소유’라는 또 하나의 특징을 찾게 된다. 주로 역사와 문화, 예술, 건축, 인테리어, 사진, 요리 등과 관련된 양장본의 외국 서적들이 조명시설과 함께 벽면에 꽂혀 있거나 기둥 형태의 서가들에 진열되어 있다. 그러나 그 책들은 꺼내어 읽어 볼 수 없다. 꽂혀 있는 그대로를 감상해야만 한다. 더 이상 자료의 집적이나 보관, 독서자의 독립된 공간이 아닌, 책이 이미지로 구성이 되고 시각적인 차원으로 사용되어지는 ‘새로운 도서관’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책은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기 위한 것, 최상급의 공간에 장식을 위해 엄선되어 이용되는 하나의 오브제일 뿐이다. 과거 최고급 양장본의 전집물들이 개인 서재의 장식용으로 사용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해지던 풍속이 이제는 공공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어쩌면 활자라는 고유한 물성의 매체가 점점 사라지고, 인터넷 공간에 떠 있는 전자책이 대세를 이루어 가는 현실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책이라는 인류의 유산이 그래도 이런 호사스러운 공간에서 대접을 받는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문학 작품들이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서관은 셰익스피어에서 조나단 스위프트, 움베르토 에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이다. 에코가 『장미의 이름』을 쓰면서 꿈의 도서관으로 생각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그에게 세상 모든 학문의 모태이자 마르지 않는 지식의 원천이었다. 보르헤스는 우주를 도서관이라고 상상했다. 그는 우주를 정보의 저장소로 이야기하고, 삶을 정보를 검색하고 해석하는 활동으로 보았다. 이때 도서관은 단지 책이 집적된 장소가 아니라 사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인간의 지식 총체이며, 신비하고 해독할 것이 많은 장소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인류의 희귀한 책을 모아놓은 도서관에서 그 책을 읽는 소년의 뇌를 먹기 위해 소년에게 책을 읽히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뇌는 아름다운 맛이 난다는 명목으로.

또한 도서관은 자신의 신념 때문에 추방된 망명자들의 안식처이자 창조의 공간이기도 했다. 마르크스는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자본론』을, 레닌은 취리히 시립 도서관에서 『제국주의』를, 레비스트로스는 뉴욕 시립 도서관에서 『친족의 기본 구조』를 완성했다. 이처럼 도서관은 육체적 피난처이자 정신적 지식을 제공해주는 창조의 우주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렇게 문학이나 역사 속의 도서관이 지식을 창조하는 장소, 해독해야 할 것이 많은 신비로운 상징적 공간이라는 점, 책을 하나의 물건으로 보는 시각 등이 도서관을 인테리어 디자인의 요소로 사용하게 하는 복합적인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여행기, 로프트 인테리어, 외국 사진작가의 작품집 등 호텔의 도서관에는 취향에 관한 책들이 많다. 생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보다는 고급 취미에 해당하는 분야를 수용할 수 있는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책들을 선별한 것이기에, 이러한 선정에서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취향을 통한 구별 짓기의 의도가 읽힌다. 이러한 취향은 미술이나 음악과 관련된 교양, 문화처럼 오랜 시간의 투자를 전제로 하는 분야인 것이다. 단기간에 혹은 위임을 통해서는 획득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는 주제들인데, 개인의 내재적인 문화적 자본의 층위, 아비투스를 확인하는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의 일정한 계층도 이제는 이렇게 체화된 아비투스를 형성하였다고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도서관의 이미지 자체를 문화자본으로 적용하고 도서관을 문화자본의 상징체로 읽게 되면, 이곳의 책들은 한 사회에서 다양한 집단을 구별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러므로 이 공간은 디자이너의 감각이나 창의력에 의한 연출이라기보다는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갖추었다고 추정되는 취향을 직설적으로 반영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자연히 디자이너의 감각보다 사용자의 경험에 의해 연출된 도서관 이미지는 그 공간을 누리는 개인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며, 일종의 사회적 계층 감각을 감지케 하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호화로움과 럭셔리만으로는 이제 더 이상 차별화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계층화를 보여주는 공간, 축적된 시간의 투자와 문화자본의 위력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함이 적절할 것이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거대한 자본의 축적이 60년간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었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동시에 호텔의 로비 라운지가 이미 폐쇄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곳에 설치된 도서관의 이미지는 장소로서의 편안함을 누리는 ‘그들만의 손님’을 선별할 수 있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 한국의 호텔 공간에는 도서관 이미지를 이용한 오성급 도서관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말 그대로 사진을 찍어서 벽지를 바르는 것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손에 닿을 수 없는 책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도서관을 단순한 장식의 마감재로 사용하여 이미지화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사용자의 진정한 아비투스를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취향의 최고를 지향하는 오성급 호텔이 문화 체험의 동질감을 형성하고자 하는 계층에게 제공되는 디자인 서비스에서 놓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단지 시각적인 오브제로 해석하지 않는 투숙객, 도서관의 분위기를 추억하는 방문객 그리고 서비스의 업그레이드를 더 이상 ‘럭셔리’로 과시하지 않는 오성급 호텔에게는 진정한 오성급 도서관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닫힌 서가가 고가의 희귀본의 전시와 보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 도서관은 열려 있어야 한다. 다양하고 독특한 재질과 색채, 무게, 소리 등의 총체적인 감각 집적체로서 책을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서가에 책을 크기대로 꽂을 수 있다. 언어별로 분류할 수도 있다. 귀한 책은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랑스러워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시각적인 과시만이 아닌 그간에 한국사회가 형성한 특정 계층의 아비투스를 반영한 것으로 자리잡으려면 현재의 시각적인 책만으로는 아무 것도 제공하지 못한다.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책은 펼칠 때 무한한 이야기와 꿈을 선사하고, 그 가치를 경험하고 추억할 때 도서관의 이미지는 공간 속에 살아있게 되며 장소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도서관이 지닌 상징과 기억을 충분히 활용하여 창조적인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이미지를 연출하고 기획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 취향의 정착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디자인의 행위 이상으로 주장이 발휘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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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원

대학 졸업 후 이십 년이 훌쩍 넘어버린 시간의 인연들로 그동안 방송, 금융, 유통 등의 업장에서 광고, 마케팅, 홍보를 담당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전문가’로 불리는 세상의 기준에 맞춰 광고학 석사, 디자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취향의 형성을 위한 코드와 시각적 체험에 대해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분석하고 정리할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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