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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자인’에 대한 몇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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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자인’에 대한 몇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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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자인’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홍석일

# 서양식 예절

7, 80년대 유신독재라는 힘든 시기에 출판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인물이 <뿌리깊은 나무>라는 잡지를 발행하던 한국브리태니커 대표 한창기 선생이었다. 잡지뿐만 아니라 지방에 숨어 있는 판소리 인간문화재 소리를 채록하여 레코드로 발간한다거나, 경복궁 중건공사에 참여했던 조선시대 마지막 목수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는 등 당시에 별로 주목받지 못한 우리 전통문화를 찾아내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그랬던 선생이 1982년에 에밀리 포스트가 쓴 『서양식 예절』이란 책을 출판하였는데, 이 시기는 누구나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 다른 것을 돌아 볼 여유가 없었던 때였고 더구나 우리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알리는 데 힘을 써 온 회사의 일로는 ‘생뚱맞은’ 일처럼 보였다.

『서양식 예절』은 서양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지켜야 할 생활 속의 교양과 예절, 그리고 전통과 관습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은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서양식 예절은 서양의 봉건시대에 지배계급에서부터 지켜 내려오던 엄격한 예절이 점차 시민계급으로 보편화되면서 일반적인 사회관습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들이다. 서양사회에서는 교양과 예절을 통해 보다 품위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이런 삶의 방식을 사회적으로 널리 보급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상류사회가 지향하던 고급문화를 누리고자 애를 쓴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알리는 데 애쓰던 한창기 선생은 하필 이때 이런 책을 소개하였던 것일까? 이 책이 나오고 25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가 사는 모습을 돌아보면 25년 전 한창기 선생의 깊은 생각을 헤아려 볼 수 있다.

우리는 조선시대까지 봉건제도의 사회 규범아래 생활하여 왔으나, 일제 강점기 35년을 거치고 해방 이후 도입된 서양식 사회제도 아래 서구화된 현대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경제발전의 토대를 갖추었으나, 조선시대까지 상류사회에서 지켜 내려오던 고유의 전통과 관습은 희미해지거나 사라지고 현대 사회의 시민의식과 삶의 보편적 규범들은 새로이 정립되지 않았다.

단적인 예가 우리가 일생을 사는 동안 가장 중요한 의식의 하나로 치르는 혼인 예식이다. 언제부터 이런 형식과 절차로 예식을 치르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는 우리 고유의 전통 방식도 아니고 서양식도 아닌, 근거가 모호한(?) 절차이다.

디자인은 그 시대의 사회, 역사, 문화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디자인은 그 시대 사회 의식의 반영이요,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성숙한 사회, 문화의식이 전제되어야만 보다 품격있는 디자인이 창조될 수 있기에 앞에서의 기반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20세기 근대를 거쳐 오는 동안 세계 디자인의 역사에 동참하거나 공유해 본 적이 없었다. 서양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 예술이 사회의 산업화나 과학 기술과 맞물려 현대 디자인으로 바뀌는 과정을 우리 스스로의 역사로 경험하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대 디자인에서 조선왕조까지 내려온 한국 미술과 공예 5천 년의 역사와 전통이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는 서양 디자인을 따라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들의 디자인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서양 디자인의 현주소와 경쟁력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서양의 역사, 문화와 디자인의 역사를 철저하게 공부해야만 한다. 서양 디자인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과거 역사를 통하여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이해하여야 하며, 각 시대별로 그 시대를 살면서 예술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업적을 통해 내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를 얻어야 한다.

# 국가의 경쟁력

미국 워싱톤 DC에 가면 세계적인 규모의 국립 미술관과 박물관들을 볼 수 있는데, 국민들의 세금과 사회 명사들이 헌납한 기금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과 미술품, 유물 전시를 통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인류의 역사와 문화, 미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이다.

혹자는 이런 박물관 소장품들이 식민시대에 미개발된 나라에서 약탈하거나 거저 빼앗다시피 가져온 문화재들로 이를 통해 강대국의 부도덕한 이념을 비판하기도 한다. 약소국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것은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겠지만, 강자의 논리로 보면 자국민에게는 끊임없이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 된다.

이 박물관들은 전시와 이벤트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있어 후세들의 역사와 문화 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었다. 이 교육 프로그램들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으며, 박물관이 과거의 역사 유물을 단지 전시하여 보여주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들에게 인류의 위대한 도전과 성취, 창조 정신, 미국의 공헌과 헌신 등을 매우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단편적인 사례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강력한 국가관과 사회의식을 구성하고 후세들을 강하게 키워내는 경쟁력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오늘날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선진 디자인의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깨우치고 배워야 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약소국의 열등의식이 아니라 선진국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강국의 근성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강대국을 맹목적으로 따라 가자는 사대주의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이런 선진 시스템을 통하여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 디자인 이니셔티브

오늘날 우리는 세계적인 경제 강국의 위상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한 성취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이제는 디자인 분야에서도 외국 것을 무분별하게 좇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몇몇 우리나라 디자인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도 선진국 디자인과 경쟁할 수 있는 한국디자인의 원형을 찾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우리 디자인의 뿌리를 어디에서 찾을 것이며, 무엇을 가지고 경쟁력을 키워낼 것인가?

어떤 논문에 의하면 한국적 디자인은 인의예지라는 우리 고유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문에서는 심지어 서양식 비례구조인 그리드도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일견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추상적인 관념에 치우친 것으로, 실제 현대 디자인에 적용하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여 매우 공허한 말이다. 우리가 현대 디자인에서 사용하고 있는 비례구조는 원래 그리스 수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것으로, 우리는 이것을 인류 공통의 보편적 미의 원리로써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드가 서양식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양식 그리드를 가지고 얼마나 철저하게 우리 디자인을 만들어 냈느냐가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그런 식의 논리라면 우리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서양식 음계를 버리고 우리 고유 음계인 궁상각치우로 음악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요즘 새로 짓고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건축 디자인을 보면 철골구조와 유리로 외부가 마감된 매우 전형적인 서양식 건물이건만, 이 디자인 안을 처음 발표할 때 한옥의 처마선을 따랐느니 하는 견강부회식 설명을 곁들였다. 건축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어디에도 한옥의 처마선을 찾아 볼 수 없었거니와 우리 전통 한옥 건물 가운데 이런 고층의 사무용 건물 양식이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는 서양식 건물을 서양식 디자인 원리로 설명하지 못하고 한국적 모티브를 억지로 갖다 붙여야 하는가?

예전에 붉은 원 3개가 삼각 형태를 이루고 있는 어느 국내 은행의 CI를 설명하는 글을 읽으니 3이라는 숫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면서 ‘우주삼라 만상의 이치가 어떻고’ 하는 철학적 해설이 압권이었다. 기업이 자신들의 이념이나 비전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상화시키는 것까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금융기관의 역할이나 기능을 생각해 보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비전으로 내세웠던 이 은행은 그러나 백여 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정경화나 장영주와 같이 서양 음악이라도 우리나라 사람의 것으로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화시키면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 양궁이나 쇼트 트랙, 골프, 피겨 스케이팅과 같이 서양식 기술 원리를 완벽하게 연마하고, 그 이상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때면 우리가 세계 1등이 되고 우리가 만든 방식이 세계적인 규범이 되는 것이다. 바이올린 연주를 단순히 악보를 기술적으로 연주하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으며, 스포츠라고 하여 단순히 기술만 반복 연마한다고 하여 세계 일류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이 근대화 과정에서 추구했던 동도서기니 화혼양재니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밀물같이 쏟아져 들어오는 서양 문물에 휩쓸리지 않고 서양의 기술에 동양의 정신을 결합시켜 서양의 물질문명을 넘어서는 독자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명치유신 이래 일본이라고 왜 서구화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없었겠는가? 이 갈등 때문에 개화기에 엄청난 내전도 겪었으나 봉건시대에 낙후되어 있던 농경사회 국가를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쳐 불과 30여 년 만에 산업국가로서 세계열강의 반열에 들게 한 것은 철저한 서양식 사회제도의 도입과 산업화를 추구한 결과였다. 물론 이 과정에 필연적으로 군국주의로 치닫게 되었지만 서구화야말로 오늘날 세계 1등 국가로서 일본이 존재하게 된 원동력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가 세계 제일의 제국이 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자신들과 다른 외국의 제도와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킨 로마인들의 열린 자세를 꼽은 것도 이런 맥락이고, 폴 쿤켈이 소니가 세계 일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일본인 특유의 장인 정신과 유럽적 문맥의 결합’이라고 설파한 것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이제 우리도 한국적 디자인의 기준과 원칙을 선진국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적극 수용하고 강대국의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개화기에 사회 시스템과 제도를 통째로 유럽식으로 바꾼 것 같이 하지는 않더라도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이니셔티브를 수용하고 충분히 경험해야 한다. 우리는 조선시대까지 존재하지도 않았던 산업 디자인 개념을 모호한 관념적 방식으로 어설프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서양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발전시켜 왔던 과정을 철저하게 답습하여 글로벌 스탠다드로 통하는 원리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 문화를 복원하는데 평생을 바쳤던 한창기 선생이 30년 전 『서양식 예절』 출판을 통해 간절히 바랐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홍석일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에서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인격이 훌륭하고 디자인적 가치관과 지식의 폭이 넓고 깊어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우리나라 디자인계의 큰 스승이다. 『서양식 예절』에 나와 있는 서양의 혼인 예식 절차에 비추어 보면, 양복입고 갓을 쓴 것 같이 얼마나 엉성하고 ‘뿌리없는’ 현대적 삶을 살고 있는지 보다 분명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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