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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⑪ 사물의 인위적 기한 (해외배송 가능상품)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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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⑪

사물의 인위적 기한

강주현

모든 사물에는 - 인간을 포함하여 - 기한이 있다. 무한한 존재는 없다. 모든 존재가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지 간에 자신의 유한함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유한함을 정확히 계산한 것 마냥 수치화함으로써 칼같이 구분 짓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증폭시킨 촉매제는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출현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되는 사물에 정해지는 유통기한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을 일으킨 시발점은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에서 나오는 대화부터다. 그 대화는 유통기한이 5월 1일로 된 파인애플 통조림에만 집착한 금성무(경찰 223役)와 편의점 직원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금성무 : 5월 1일이 유효 기간인 파인애플 통조림이 있나요?

점원 : 오늘이 며칠인 줄 아세요?

금성무 : 4월 30일

점원 : 맞아요. 내일이 기한인 물건은 꺼내 놓질 않습니다.

금성무 :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폐기 처분 한다는 겁니까?

점원 : 기한 지난 거 누가 좋아하죠? 다들 신선한 걸 찾지.

과연 통조림 속에 든 파인애플은 5월 1일이 되자마자 돌연 상해버리는 것인가? 분명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차피 가공된 통조림 속 식품의 신선도 차이가 무슨 의미란 말인가. 어쨌든 보통 소비자들에겐 유통기한에 가까워진 식품은 폐기처분이 얼마 남지 않은 쓰레기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식품에 유통기한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인가? 그것은 식약청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숙지해야 할 사실이 있다. 한국에서 식품 유통기한의 의미는 ‘Expiration date’(유통기한 날짜까지만 섭취 가능) 개념이 아니라 ‘Sell by date’(식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 개념으로서, 이 기한 내에서 적정하게 보관, 관리된 식품은 안심하고 믿고 마시거나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제조업체가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성 등을 소비자에게 책임지고 보증한다는 상징이다. 이는 곧 섭취 가능 날짜가 아닌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한다. 하지만 유통기한이라는 단어가 지닌 모호한 의미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겪고 편견을 갖는다. 그러한 편견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그 시간 이후에는 돌연히 상한다는 의식을 갖게 만든다. 반면, 북미에서 유통기한은 ‘best before date’로 표기된다. 즉 표기된 날짜가 식품의 품질이 최상의 상태임을 나타낸다. 여기엔 정해진 날짜가 지나면 곧바로 상해버려 못 먹게 되어버리는 뉘앙스를 품기는 ‘허용 기한’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어감을 풍기는 ‘best’란 단어를 사용한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던 날짜가 지나면 그 상태는 아니더라도 보관이 잘 되어있는 경우라면 섭취가 가능함을 소비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한국에서 유통기한은 끊임없이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이슈메이커 중 하나다. 몇몇의 비양심적인 공급업자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도 허다하다. 제조업체에서는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의 폐기와 재생산 비용이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 부담 때문에 소비자의 믿음을 저버린다면 결국 돌아오는 것은 철저하게 유통기한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왜곡된 시선일 것이다. 자급자족의 전통사회에서는 가공 유통되는 식품에 유통기한이 없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음식이 상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정확히 수치화하지 않고 감각에 의존했을 것이다. 산업화 이후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음식도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고 그렇게 가공된 식품에 유통기한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식품이 아닌 다른 사물에도 유통기한이 적용되고 있는가? 정확한 수치는 기입되지 않았지만 사물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으로 존재한다.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 볼 때 그것은 자동차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자동차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금형, 도구, 주형들은 3년만 쓰면 낡아빠진다. 이 때문에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제조업자들은 ‘스타일 주기(styling cycle)’를 위한 시간표를 만들었다. 개조하고 리디자인된 금형 때문에 작은 외관상의 변화가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며, 주요한 스타일 변화는 3년마다 한 번씩 이루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끝 무렵부터 자동차 제조업자들은 미국 대중들에게 적어도 3년마다 자동차를 바꾼다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라는 개념을 팔았다.”1

현재의 자동차 소비 패턴이 3년을 주기로 이루어지는 것이 그저 단순히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가늠할 수 있다. 사물의 유통기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개념이 바로 위에 나와있는 스타일링 주기를 위한 ‘리디자인’인 것이다. 세계 경제 대공황 당시 생산과 소비 시스템이 생산의 단계에서만 머무른 채 소비자들에 의해 물품이 소비되지 않는 현상이 심각하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자본주의의 치명적 약점은 생산될 물품이 얼마나 소비될지 그리고 그것이 소비가 된다는 보장도 없이 막연하게 물품을 생산하는 데 있다. 그러한 약점의 극복을 위해 ‘겉모습의 스타일링’ 즉 디자인이 탄생한 것이다. 상품의 매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일환으로서 상품의 겉모습을 다양하게 바꿔주는 한편, 광고로 상품에 대한 판타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어 소비를 촉진시키고자 하였다. 이후 1930년대의 산업 디자인의 중요한 패러다임은 모더니즘으로부터 소비주의 디자인으로 전환하였고 이 시대의 중요한 디자인적 개념은 ‘re-design’과 ‘styling’이었다. ‘re-design’분야에서는 ‘Raymond Loewy’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1950년대에, 럭키 스트라이크와 체스터필드 같은 브랜드들은 미국 내 담배 판매량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 광고업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광고가 단지 흡연을 장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재의 흡연자들이 담배를 바꿔 피우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런 목적 하에 다음과 같은 문안들이 만들어졌다.

- 한 트럭분을 피워도 기침 한 번 안 합니다(체스터필드).

- 캐멀을 피워서 목이 아픈 경우는 한 건도 없습니다(캐멀).

- 어떤 질병도 유발하지 않습니다(체스터필드).

- 목의 염증이나 기침 걱정을 안 해야 담배 맛이 더 좋아집니다(필립 모리스).

과연 그럴까? 말보로 카우보이 맥클라렌과 밀라는 노화에 따른 자연사가 아니라 폐기종으로 죽었다. 담배와 건강적신호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이 떠돌았기 때문에, 1950년대 담배 산업계는 존 와일리 힐의 PR 회사에 의뢰해서 암이나 기타 질병과 담배가 연관 있다는 증거들을 무력화하는 광고를 만들고자 했다. 힐은 담배 산업 연구 위원회 같은 외견상 ‘독립적인’ 그룹들을 설립했다. 그러나 사실 이 위원회 뒤에는 필립 모리스 사가 있었다. 이런 위원회들의 목적인 흡연자들이 왜 폐암으로 죽는 경우가 빈번한지, 기존의 이유와 다른 이유들을 찾아내는 데 있었다. 마케팅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여된 반면, 실제 과학적 연구에는 대단히 적은 금액만이 할애됐다.2

그는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던 상품을 겉모양만 새롭게 디자인함으로써 큰 수요를 창출했다. 다시 디자인된 상품들은 소비자에게 전에 없던 매력을 발산하며 소비를 촉진시켰고 이는 기술혁신 없는 미적 혁신만을 불러일으키는 상품의 ‘styling’을 초래했다. 당시에 주류를 이루었던 디자인의 내용과 형태의 일치를 강조한 모더니즘에서는 하나의 상품에서 최적의 디자인은 단 하나만 나올 수 있다고 여겼다. 다시 디자인된다는 것은 내용의 발전없이 형태만을 발전시키는 경우로 간주되었고 모더니즘 사상에 위배되는 디자인이라 모더니스트들이 생각하는 ‘Good Design’에 속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주의 디자인 시대에 이르러서는 내용과 형태가 일치되지 않아도 겉모습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끌 수 있다면 그것은 ‘Good Design’에 속할 수 있게 된다. 내용과 형태가 1:1의 고정된 관점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시킨다. 이는 건전한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자극 또는 심하게는 왜곡시킴으로써 소비자의 경제적 타격을 야기시킨다. 그리고 겉모습 위주의 상품들은 트렌드에 따라 그 상품들의 생명이 좌지우지되며 충분한 기능이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자 신들의 소비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이전의 상품과 똑같은 기능을 하면서도 겉모습만 다른 상품을 또다시 소비하는 모순된 순환을 겪게 된다.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겉모습을 가진 상품은 결국 폐기된다.

“우리의 일상생활만 보아도 쓰레기라는 것이 고정된 범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꼭 쓰레기장에 있는 것을 주워서 다시 쓰는 경우가 아니라도, 사물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쓰레기냐 아니냐의 경계를 넘나든다.”3

사물은 유통기한을 기점으로 누군가에게는 쓰레기로 취급되며 버려지는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히 다루어진다. 그만큼 사물의 기한을 정해놓는 기준도 누가 얼만큼 그것을 필요로 하느냐에 달린다. 그렇게 생각할 경우, 디자인이 해야 될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는 디자인하는 과정에서의 자원절약이나 디자인 된 뒤의 재활용뿐만이 아니라, 좀 더 본질적으로 사물이 소비자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기술적이거나 물리적인 지속가능성만이 아니라 감각적인, 즉 형태적으로도 지속 가능하다면 그것으로 사물에 인위적으로 정해진 유통기한은 본래의 기한보다 길어질 수 있다. 그것을 미적 내구성이라 혹자는 일컫는다. 내구성이 물리적인 내구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소비자에게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되게끔 만드는 것도 내구성이라 여길 수 있다. 디자인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전통 공예품을 예로 들자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른다 하여도 식상해지지 않고 시각적 오묘함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오늘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물건을 폐기하는 이유는 물리적으로 더 이상 사용이 불가해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만족을 못 주기 때문에 폐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옷이 많지만 어떤 옷들은 떨어질 때까지 입고도 떨어지는 게 아쉬운, 버리기 싫은 옷이 있다. 그 옷은 물리적으로는 수명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성적으로 수명이 다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어떤 옷은 한 번 밖에 안 입었는데도 입기 싫은 옷이 있다. 이런 사례들로 미루어 보아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실험해야 하는 것은 물리적이거나 기술적인 것으로 사물의 물리적 기한을 무한정 늘리는 것이 아니고 또한 억지로 3년의 스타일링 주기에 따라 사물을 리디자인하는 것도 아니다. 쉽게 말하면 싫증나지 않는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볼 수 있다. 수학공식과 같은 정답은 없지만 대체로 그러함은 있을 수 있다. 그런 감성적 질을 현대 디자인에 부여 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사물의 유통기한에 집착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자신이 만족스럽다면 옷이 해지고 떨어져도 착용한다. 그런 감성적 질이 단순히 개인의 차이인가? 상대적으로 그런 감성적 질을 가진 물건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그런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디자이너가 연구해야 할 디자인 문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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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을 위한 디자인』 5단원 ‘클리넥스 문화’ - 폐물화의 가치 / 빅터 파파넥 씀 / 현용순, 이은재 옮김 / 125쪽

2. 『마케팅의 교묘한 심리학』 조나단 가베이 씀 / 박종성 옮김 / 127쪽

3. 『낭비와 욕망 : 쓰레기의 사회사』 수잔 스트레서 씀 / 김승진 옮김 / 11쪽

강주현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를 2011년 2월에 졸업했다. 독립 출판사 propaganda에서 인턴 생활 중이다, 다른 소소한 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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